요사이 읽은 소설중 가장 오래 읽은, 가장 좋았던 소설이다.

한권의 책속에 이처럼 많은 날줄과 씨줄들이 교묘하게 얽혀 또 하나의 거대한 세계를 이룬다.

이 책은 정치 소설로 읽을 수도 있을 것이고, 마술적 사실주의등의 장르 소설로도 읽힐 수도....

읽는 이의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천천히 음미하며 읽지 않으면 길을 잃기 쉬우나, 다 잃은 뒤에 묘한

감동과 뿌듯함을 주는 책이다.

역자의 말처럼 만화경을 연상케하는.......

 

인도에서 태어나 파키스탄에서 자랐고 영국에서 교육받은 작가의 경계에서의 글쓰기가 만들어낸 세계는

주인공 오마르 하이얌을 통해 아무 데도 소속되지 못하는 관망자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역사의 현장에서 항상 변두리에서 서성이는 오마르 하이얌은 수치의 감정이 결여된 존재이며 그 수지의

현신인, 아이의 지능을 가졌으나 잠재된 폭력성의 상징인 수피야 지노비아를 사랑하게 된다.

이런 상징적 인물들이 파키스탄의 현대사와 완벽하게 결합되어 소설은 또 다른 하나의 세계를 창조한다.

그 은유와 상징의 세계들, 신화와 현실을 전부 이해할 순 없겠지만 그 세계에 한발짝이라도 들여 놓을 수

있었기에 즐거운 시간이었다.

 

" 이 말 : 수치. 아니 , 이 말은 원래의 형태로 써야만 한다. 틀린 개념드로가 쇄석처럼 퇴적되어 참회하지

않은 소유자들의 과거에 물들어 더러워진 이 특수한 언어 말고, 내가 지금 어쩔 수 없이 써야만 하는

앙그레지는, 쓰인 글을 영원히 변화시킨다."   - 55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