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괜찮아, 사랑이야 - 노희경 원작 소설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힘, 결국 사랑.

2년 전, 지금의 유시진 대위처럼, 수요일 목요일을 기다리게 만든 남자가 있었으니, 바로 <괜찮아, 사랑이야>의 인기 소설가이자 DJ인 '장재열'이었다. 조인성이라는 배우는 '원래 멋진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장재열 역을 연기하는 것을 보고, '연기도 엄청 잘하고 완전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다시 한번 깨닫게된 계기가 된 작품이 바로, 노희경 작가의 <괜찮아, 사랑이야>였다. 노희경 작가님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드라마 작가이고, 그래서 <그들이 사는 세상>과 <괜찮아, 사랑이야>의 대본집도 소장하고 있는데, 이렇게 원작소설이 나왔다고 하니 반가운 마음에 이 책을 읽어내려갔다.

주인공 장재열은 어린시절 불후한 가정에서 의붓아버지에게 상습적인 폭행을 당하며 맞고자랐으나, 글을 쓰면서 그런 어려움을 극복해내고 지금은 유명한 작가이자 스타 DJ로 활동하고 있다. 지해수는 톡톡튀면서 인간적인 매력을 가진 정신과 의사인데, 어린시절 어머니의 불륜 장면을 목격하고선 성적 트라우마를 겪고있다. 각자 마음의 병을 가지고 있는 두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고 서로를 이해하고 이를 통해 마음의 병이 조금씩 치유되는 그런 이야기이다.

드라마로 나왔을 때, 노희경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너무 좋았고, 매 회, 매 장면장면을 보면서 감동을 받았었다. 그런 감동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조인성과 공효진이 연기하는 장재열과 지해수가 떠오르다가 어느 순간이 되니 오롯이 장재열과 지해수가 그려지고 그 둘의 미묘한 감정들이 전달되고있었다. 그래도 드라마를 통해 미리 접한 배경 이미지가 있어서 더 재밌게 읽힌 것도 사실이다.

흔히 인기 많은 드라마의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에게 굉장히 오글거리는 대사를 서슴없이 하는데, 그게 가끔은 과하게 느껴질 때가 있곤하다. 하지만, 노희경 작가의 남자주인공들은 오글거리지 않고 담담하다. 그래서 나는 노희경 작가가 좋다. 작가님의 대사엔 한 마디 한마디가 무게가 있고 진심이 있고 진정성이 있어서.

그리고 남녀뿐만 아니라, 가족에 대해서 인간관계에 대해서 작가님이 담고있는 메세지들이 너무 좋다. 개인적으로 노 작가님의 작품 중 <괜찮아 사랑이야>를 가장 좋아하는 이유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괜찮아 사랑이야> 드라마의 줄거리를 한 줄로 표현한 문장이 너무 좋았다. '작은 외상에는 병적으로 집착하며 호들갑을 떨지만 마음의 병은 짊어지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과 사랑을 되짚어보는 이야기'라고 하는데, 밑줄 그은 이 장면 이 대사가 바로 그런 의미를 나타내는 것이지 않나 생각된다.

우리 모두 누구나 마음의 병을 앓고있고 앓았고 앞으로도 앓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런데,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들을 괴물처럼 바라보고 배척하고 외면하는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더 따뜻하게 안아주고 관심을 가져주어야 하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나와 다르다고 해서 그가 틀린 것이 아닌 것 처럼, 우리 모두 외관 생김새가 다르듯 내면도 다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임으로써 세상은 조금 더 아름다워 지지 않을까.

이 책은 또한, 마음의 병 뿐만 아니라 사랑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사랑이라는 것이, 계획하에 되거나 자신이 마음먹은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랑하지 않아야지 마음먹더라도, 한 순간에 사랑에 빠지기도 하는 것이 사랑이다. 지금의 사랑이 끝이나서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지만, 괜찮다. 다시 찾아오는 것 역시 한 순간인 것이 바로 사랑이기 때문이다.

흔히, 사랑은 스펀지처럼 스며드는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계획하다고, 다짐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랑이지 않을까.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이 장면을 연기한 조인성의 표정이 떠올랐다. 저 당당한 대사만큼이나 당당하고 멋있었던 장면. 노희경 작가는 단지 바람둥이같은 한 남자를 이렇게 입체적으로 표현을 해낸다. 그리고 대사도 너무 재밌다. 지조있는 바람둥이라니. 방향 정해놓고 불어오는 바람둥이라니! ㅎㅎ

<괜찮아, 사랑이야> 1권은 재열과 해수가 오키나와로 여행을 떠나서 해변에서 사랑을 나누는 장면에서 끝이난다. 해수의 트라우마가 극복되는 감동적인 순간. 진짜 사랑이기 때문에 가능한 순간. 2권은 아직 보지 못했는데, 재열의 마음의 병이 치유되는 장면들이 주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드라마로 보면서 많이 울었고 감동받았던 것들이 생각난다. 드라마로 보다가, 대본집으로 보다가 이렇게 소설로 읽게되니 또 새로운 느낌이다. 더 세밀하게 재열과 해수의 감정들을 느낄 수가 있어서 좋은 것 같다. 그리고 놓쳤던 주옥같은 대사들을 눈으로 읽고 기억할 수 있어서 이 소설이 주는 매력이 상당하다고 본다.

마지막은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장면.

"너도 사랑 지상주의니? 사랑이 언제나 행복과 기쁨과 설렘과 용기만을 줄 거라고?"

"고통과 원망, 아픔과 절망, 슬픔과 불행도 주겠지. 그리고 그것들을 이겨낼 힘도... 더불어 주겠지. 그 정도는 돼야, 사랑이지."

너무 좋다.

사랑이라고 해서 늘 반짝반짝 빛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랑이기에 그 어두운 시간도 아픈 시간도 견뎌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 정도는 돼야, 사랑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