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더 낫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이웃이라는 개념은 거의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버렸나 보다. 오죽하면 층간 소음 문제로 사람까지 죽이는 것이 뉴스에 나올 정도이니 이쯤되면 이웃이 아니라 적들이 가득한 정글에 사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동방예의지국", "아침 고요의 나라"로 불리우던 그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무엇이 이렇게 대한민국 사회를 바꾸어 놓은 것인가? 과연 아파트만의 문제인지 저자는 하나하나 파헤치고 있다. 한국 근현대사의 아파트 정책 변화에 따른 아파트의 변화추이를 비교해보면서 문제의 근원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아파트가 아니라 아파트단지라고 한다. 주변 도심과 벽을 두르고 독립적인 공간으로 진화해나가고 있는 아파트 단지말이다. 아파트를 단지화 함으로써 얻는 이득은 아파트 사이의 공간을 녹지로 활용가능하고, 아파트 단지내에 상가,병원 등등의 공공시설까지도 제공함으로써 더이상 외부와의 소통이 필요없는 상황을 만들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파트 단지 외부의 도심공간이 아파트 단지 내부와 비교해볼때 열악하다면, 단지내 거주자들은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아파트에 거주하게 되었는데 단지내 공공부지를 외부인이 무단 점유하는 것을 사유재산의 침해라고 여겨질수 있기에 단지 둘레로 담장이 설치되고 외부와 단절하려는 상황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아파트 단지의 계획당시 주변의 공공환경을 제공하지 않은채 아파트 건설사에 일임하므로써 발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시대적 상황으로 정부는 도심 개발을 해야하지만 이에 걸맞는 공공환경을 제공할수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게되었다는 것이다.

그럼 아파트 단지화의 문제는 무엇인가? 가장 큰 문제는 동선이 고정됨으로 인하여 우연성에 의한 관계 형성이 이루어질수 없으므로 고립된 상황으로 치닫는 점을 꼽고 있다. 즉 아파트 단지내의 213동 1204호에 거주한다고 하면 이곳 거주자들은 아파트 단지 출입구를 통하여 213동으로 이르는 길로 접어들어서 3호/4호 라인의 출입구를 지나서 12층에 내려 1204호로 들어가야한다. 나갈 경우는 위의 역순이어야 한다. 당연히 우연히 만날수 있는 사람은 극히 제한적일수 밖에 없으니 당연히 도심과 고립된 아파트 단지가 될수 밖에 없다. 도심에 존재하면서도 도심내에서 섬처럼 고립된 단지일뿐이다.

아파트를 버리고 다시 단층의 단독주택으로 돌아가자는 것은 아니다. 단지 단독주택이 가지는 동선처럼 그물망 구조의 단지가 되도록 계단실간을 연결하는 통로를 보강하거나 베란다의 제기능을 찾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것이다. 베란다의 크기를 바닥건축면에 포함되지 않는 억지스러운 정책이 개별주거공간을 독립적이라기보다는 폐쇄적으로 만들고 가구의 독창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공공영역의 질적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 개인과 개인의 관계를 만들어 나갈수 있는 공공영역의 질적확대는 도서관,미술관등이 있을수 있다. 개인의 공간이 아닌 공공의 공간이 개인간의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공공의 영역이 되도록 변해가야 할것이다. 이런 공공영역의 질적확대가 결국 단절된 아파트 섬에 둘러쌓인 우리사회를 다시금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시발점이 되리라 기대한다.

 

경제성장의 논리에 밀려 도시의 순기능마저 상실하게 만든 아파트 단지화전략.. 이제는 도시의 순기능을 무시하지말고 회복해 나가는 과정을 조금이라도 빨리 진행해야하겠다. "세상의 모든 일은 개인들의 일이다. 개인의 일이 작은 일이라면 세상의 모든 일은 작은 일들로 꿰어져 있다고 해야 한다. 세상을 바꾸는 일도 개인들의 일인 것은 마찬가지다" 작금의 현실을 돌아보게끔 하는 멋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