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모든 죽음의 역사

 

 

 ‘거의 모든 죽음의 역사’는 호러와 관련된 책이 절대 아닌데도 불구하고 어딘가 모르게 으스스한 느낌을 갖게 한다. 그 이유는 바로, ‘죽음’. 그 자체에 있는데, 우리가 느끼는 대부분의 공포가 바로 죽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그리고 아주 조용한 새벽에 혼자 스탠드에 의지해서 책을 읽기에는 책 표지부터 뭔가 무섭게 느껴진다. 앞의 표지는 관에 갓 매장된 여성의 시신이 그려져 있고, 뒷 표지에는 그 여성의 시신이 부패하고 난 후, 뼈로 남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참고로 나는 새벽에 혼자 보고 있다가 졸려서 책을 덮었다가 뒷 표지를 보고 놀라서 결국 한 권을 다 읽고 잤다. 물론, 책은 앞 표지가 위로 올라오게 해서.) 한낱 1초 뒤의 일도 알지 못하는 인간으로서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죽음과 죽음 뒤의 모습은 고통과 함께 절망 쓸쓸함을 느끼게 한다. 안락함 역시 있겠으나, 그 안락함은 헤어짐이라는 인연의 끊어지는 과정 때문인지, 평안하다기 보다는 허전하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사실상 그 공허함 때문에, 죽은 뒤, 죽은 이는 너무나도 쉽게 잊혀진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영원히 잊혀지는 것. 그것이 바로 공포의 근원은 아닐지 생각해 본다. 그 말은 곧 내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되어버리는 것과 같으니 말이다.

 

 우리의 삶은 죽음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상 죽음은 우리와 너무나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죽음으로 인해 파생된 것만 해도 수없이 많을 정도다. 사실, 죽음이 있기에 생겨난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종교, 예술, 철학, 과학, 그 외의 문화들 등. 죽음은 이로서 인간과 어울리고, 또 다시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힘이다. 죽음이 곧 시작점이 되는 것이다.

 

 책은 인간이 공포에 대해 가장 큰 공포를 느끼는 이유는 바로 생매장에 대한 공포 때문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생매장은 인간이 사망 진단을 받았으나 사망한 상태가 아니고, 사망했기 때문에 장례절차를 다 밟아 관에 갇히고 흙 아래에 묻힌 이후에 다시 살아나는 상황이다. 즉, 죽지 않았는데 죽었다고 판단 되어 말 그대로 답답하고 배고프며 어두컴컴한 관 속에서 살고자 발악하다가 다시 사망하는 상태인 것이다. (영화 ‘킬 빌’의 우마 서먼이 이러한 매장을 당했었다. 물론, 그 때는 사망진단 후가 아닌, 의도적인 매장이었지만.) 다른 이름으로는 조기 매장이라고 하는데, 과거에는 사망 진단을 할 때, 많은 오류들이 있어 실제로 이러한 조기 매장이 되는 일이 있었다. 사실 그러한 사망진단은 현대에 와서도 많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우리가 보통 식물인간 상태라고 부르는 상태의 사람들에게 사망 진단을 내릴 때, 그 기준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뇌 활동의 정지? 심장과 폐 운동의 정지? 보통 식물인간이라고 말을 할 때는 뇌와 관련되어 있지만, 현대에 와서도 종종 다른 식물인간 상태와 유사한 병의 상태가 식물인간으로 오해되어 잘못 진단을 내릴 때가 있다고 한다. 이 때, 다시 생매장에 대한 공포가 엄습해온다. 나는 분명 살아있는데, 자신의 동의가 아닌 가족의 동의로 인해 장기를 기증하게 되는데, 그 때 엄청난 고통 속에서 장기를 적출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안락사를 선택하여(식물인간 판단이 내려진 환자들에게 안락사 방법은 그들에게 인위적으로 공급하던 영양물을 끊는 방법 하나뿐이다.) 서서히 아사하게 되는 것이다. 의식이 있는 채로 말이다.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이란 말인가! 심지어 이 생매장에 관한 이야기는 화장에도 연관이 되어 있는데, 심장이 멈추어 사망 진단을 받아 장례 절차 후 화장터에서 화장되는 불 길 속에서 의식이 깨어난다면? 정말 끔찍하다 못해 미칠 것 같은 공포다.

 

 죽음의 공포는 동시에 인간들에게 영원불멸의 삶을 꿈꾸게 했다. 미라와 냉동인간이 바로 이것인데 이 영원불멸에 관한 이야기는 종교에서 가장 많이 드러나 있다. 예를 들어, 기독교에서 말하는 심판의 날 죽은 자가 무덤에서 일어나 다시 부활한다는 이야기는 시신을 보존하고, 잘 보존된 시신을 숭배하는 문화의 기준이 되었다.(여기에서 시신은 머리에서 발 끝까지 모든 시신일 수도 있고, 뼈로만 남은 일종의 유물이 될 수도 있다. 기독교인들의 말에 따르면, 이렇게 남겨진 성인의 신체 일부분은 기적을 낳는다고 한다.)

 

‘거의 모든 죽음의 역사’는 이렇듯 사회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매장과 죽음에 관한 사고, 관, 공포, 미라, 시신으로 보는 과학 수사 등등. 죽음과 관련되어 있는 할 수 있는 모든 이야기들이 이 책 안에서 다 끄집어 내진다. 그리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가장 원론적인 질문이 내 자신에게 돌아오는데 그것은 단지, ‘죽음이란 무엇인가?’가 아닌, ‘나에게 죽음이란 무엇인가’로 다가온다. 사실, 죽음을 삶의 일부분으로 생각하는 것은 쉬우나 마음까지 납득하는 것은 어렵다. 뭔가 죽음 자체가 가지는 음산함과 차가움이 심장 구석에 파고드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죽음 자체를 외면하며 살아갈 수는 없을 것 같다. 최근, 오디세 미술관전에 가서 밀레의 ‘봄’이라는 작품을 보았는데, 내가 그 작품을 보며 생각했던 것은 삶과 삶의 끝에서 인생을 정리하는 안락하고 평온한 느낌의 죽음이었다. 즉, 정리였다. 따뜻하고 반짝거리면서 왠지 모르게 가슴을 조여오는 그 엄청난 작품은 이상하게도 내 삶을 정리하며 죽음을 준비하는 듯한 느낌의 작품이었다. 그리고 그 작품을 보고 난 후, 한동안 세상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상투적인 의미에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이 시간이 누군가가 그토록 원했던 내일이었다는 것을 마음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죽음을 받아들인 다는 것은 곧, 지금 삶의 소중함의 가치를 깨닫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즉, 죽음이라는 끝을 알고 인정하기 때문에 현실의 가치를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지혜를 얻게 되는 것이다. 아직까지 나에게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많이 남아있다. 아마, 이것은 삶의 끝에 가서도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죽음을 무조건 피하는 것은 우리의 모든 삶을 회피한다는 것과 같다는 느낌이 든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죽음이 곧 시작이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내가 직접적으로 겪은 죽음은 3번이었고, 그 때마다 내가 느꼈던 것 역시 달랐다. 첫 번째는 공포, 두 번째는 허무함, 세 번째는 아쉬움이었다. 이 세 가지의 느낌 중, 내 삶을 바꾼 것은 허무함이었고(이 때부터 무엇인가를 해서 주위에 내가 살았다는 나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게 죽음의 근본적인 성격을 가장 잘 알려준 것은 아쉬움이었다. 살아 생전 계셨을 때, ‘이것을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이렇게 할걸.’ 등. 그렇게 남는 아쉬움은 좀 더 나를 현재 속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치를 부여하고 살아가게 되었다. 어떠한 사고나, 병에 걸리지 않는 이상 내가 살아갈 날은 내가 살아온 날보다 훨씬 길다. 그 때까지 내가 죽음에 대해 어떻게 정의를 내리고, 어떻게 대처할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죽음에 대한 공포가 크다 해도, 죽음 자체는 그 외에도 너무나도 많은 것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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