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문단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인 쑤퉁, 소시민들의 일상(특히 여성과 하층민의 이야기)을 담담하게 그리고 처절하게 표현해내는 그의 작품은 그 속에 현실비판을 담고 있기에 희망찬 내일을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마씨 집안 자녀교육기] 나 [쌀] 과 같은 작품들이 1900년 대 초반의 중국의 분위기를 알수 있게 해주는 책이라면 하층민이 등장하더라고  [뱀이 어떻게 날 수 있지]라는 책은 21세기를 맞이하는 2000년을 배경으로하며 인간의 추악한 면을 가감없이 보여주던 쑤퉁이 이번에는 유령이라는 존재의 이야기를 들고 나왔습니다. 

[화씨비가]라는 제목 그대로 화씨 집안의 슬픈 이야기를 담은 이번 이야기는 마누라가 목매달아 죽은 장소에 불을 지르고 붙잡힌 화씨집안의 가장 화진더우가 감옥에서 목숨을 끊은 뒤에 시작됩니다. 4남매의 아버지였던 화진더우. 천국에도 지옥에도 가지 못하고 구천을 떠돌게 됩니다. 자신이 살던, 이제는 자신의 누이(고모라 부름)와 4남매가 사는 참죽나무길 주위를 맴도는 유령 화진더우는 자신의 가족이 얼마나 비참하게 사는지를 죽어서 유령이 된 뒤에도 계속 보게 됩니다.

이 화진더우는 남들 눈에는 파렴치한 방화범이요, 감옥 간수들의 눈엔 형벌이 두려워 자살한 죄수이며, 친자식들에게도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죄인인 것이다. 가슴이 갈가리 찢겨져 너덜너덜했다.-121

그들에게 힘이 되어줄수도 없고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그의 비통한 목소리를 끊임없이 듣게 됩니다.  딸이 죽을것을 알면서도 바라볼수 밖에 없고, 사위가 불구가 되어버리고 고생하는 딸의 모습을 바라보고 , 나이가 들어도 철이 나지 않는 한량 아들 때문에 늙어버린 누이를 바라볼 수 밖에 없습니다. 


아마 내 이야기를 믿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세상천지 불행이란 불행은 모조리 우리 집으로 모여들 수가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들 그 이유를 알겠는가? 나보다 더 그 이유를 알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317

살아서도 죽어서도 한순간도 고통스럽지 않은 적이 없었다라고 말하는 화진더우의 이야기는 유령이라는 존재가 등장하는 판타지 같은 내용이지만 살아있는 가족들에게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하고 오로지 관찰자의 입장에서만 서술하기에 더욱 현실감을 줍니다. 가난과 사람들의 멸시 등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나락으로 떨어지는 화씨집안의 굴곡진 인생은 오히려 서로에게 짐이 될 뿐입니다.

1970년대 부터 시작되는 화씨집안의 이야기는 부모의 자살과 남은 자식들의 고난이 더해지면서 '가진 것 없는 사람의 삶 속에 해피엔딩이란 없다!'라는 현실을 가장 씁쓸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는 [화씨비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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