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방송국의 ‘아빠, 어디가’라는 프로그램이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면서 엄격하고 권위적인 아버지가 아닌, 친근감 가는 아빠의 모습에 사람들은 호감을 가지고 좋아하는 것 같다. 책 제목을 보면서 2가지 생각이 교차하였다. 첫째는 청년시절 나의 아버지를 닮고 싶지 않았던 불편한 사실, 두 번째는 두 아이들의 아빠로 살고 있는 현재의 내 모습을 책에 비추어 재조명해 보고 싶은 생각이다.

 

본인의 성장과정을 생각해 보면, 아버지와 대화 나누고 함께 여행했던 기억은 없다. 다만, 한 번씩 안방에서 형님이랑 나랑 무릎꿇고 훈계 받았던 기억만이 남아 있다. 결혼해서 가정을 꾸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의 우리 아버지도 자식들을 많이 사랑했으리라 짐작해보단다. 다만 표현하는 방법을 몰랐을 것이라 여긴다. 어쩌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정신건강에는 좋은 것 같다.

 

저자 윤여수는 스포츠신문 연예부 기자 출신이며 민주화투쟁의 중심축이었던 386세대이다. 그의 학창시설 다 그렇듯이 여자인 누님을 아들인 그의 대학진학을 위해 희생당했고, 그런 상황에 한없이 무기력했던 저자는 아직도 미혼인 누님에게 많은 미안함을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에도 부양할 자식이 없는 누님이 부모님께 더 잘하고 사는 상황에 안타까워한다.

이 책의 대부분이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은이야기 속에서 희노애락의 감정을 드러내고, 아들에게는 특별한 지시나 교훈을 강요하지 않는다. 단순히 자신의 삶을 반추해 보는 계기가 이 책 쓰기가 아니였을까 생각한다.

게으르고 나태했던 시절, 아들의 명쾌한 답변으로 마음을 고쳐먹었던 위장전입, 영화를 보며 생각했던 버킷리스트 등 일반 서민들도 겪고 생각하는 잔잔한 여운이 있는 수필 같은 얘기들을 많이 들려준다.

그리고 마지막 파트에는 아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밝고 건강하게 아들이 자랐으면 하는 속내를 내 비친다.

 

나는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전형적인 부산사나이다. 그래서 무뚝뚝하고 속정 깊은 아버지 슬하에서 자랐기에 나도 비슷하게 닮아 있다. 그렇게 사는 것이 익숙해서 편하긴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다정다감하고 권위적이 아닌 권위있는 아빠가 되고 싶은 욕망이 보인다. 그래서 공부하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며 살고 있다. 살다보면 자식들이랑 맞닿을 접점의 시기가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시점에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경험과 생각정리를 해 놔야 겠다는 아련한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