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낮잠. 위로.

곱게 곱게 접어서 한번씩 천천히 발음해보자.

어찌나 부드러운지 입안에서 맴도는 그 말들이 너무 예쁘게만 느껴진다.

라오스의 제2도시, 그러나 인구수는 너무도 적은 루앙프라방.

그곳을 들른 사진작가 '초이'가 그곳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그곳보다는 그곳사람들이 가진 여유로움, 힐링.

그것을 관광하는 사람이 아닌'여행자'의 시선에서 우리에게 보여준다.

 

(48.페이지)

"길을 잃었을 때 종요한 것은 절대로 겁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거에요. 당황해서 여기저기 헤매다 보면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되죠. 여유를 가지고 내가 왔던 길을 천천히 더듬다 보면 분명 가야 할 길이

보일 거에요. ..........또 한 가지, 길에서 헤매는 시간을 아깝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제 갈 길을 찾기 위해, 더 많은 것들을 보고 경험하기 위해, 여기저기를 헤매는 것인지도 몰라요.

그러니 조바심 내지 마세요. 느긋하게 길을 가면 되요. 어쩌면 길을 잃는다는 것도 행운일 수 있으니까."

 

눈앞이 깜깜하고 낭떨어지 같은 때 들었다면 영혼을 울리는 한마디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런게 여행이지 싶다.

여행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며 이리저리 돌아보다보면, 때론 길을 잃을때도, 때론 내가 원하지 않는 곳에

도달할 때도 있다.

그래도 내가 보고싶은 것만 보는것, 그것이 여행은 아닐것이다.

이것저것 많은 것을 접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움에 눈뜨는 것.

그게 여행일 것이다.

 

(280.페이지)

루앙프라방 사람들은 보름날 아침이면 사원으로 가서 기도를 드린다.

하얀 밥을 담아서 탑 주위에 뿌리고, 무릎을 꿇는다.

눈을 감은 채 기도하는 그들의 모습은 간절하다.

가슴 앞에 모든 두 손이 파르르 떨리기도 한다.

내 생의 어느 한때라도 이토록 간절한 기도의 순간이 있었던가.

나는 다만 당신의 식은 사랑을 걱정했고,

갚아야 할 것으로만 이루어진 혹독한 인생을 탓했고

지난밤에 꾼 나쁜 꿈만 두려워했다.

대책없이 맨발로 걷는 삶만을 꿈꾸었고

내가 손에 쥘 수 없는 것들만 부러워했다.

내게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들만을 열렬히 그리워했다.

걱정하지 말고, 탓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고, 부러워하지 말고

그리워하지 말도록 해보자.

보고싶어도 조금 참고

선뜻 손 내밀지 말고

그저 손가락을 만지적거려보는 일.

당신이 그저 잘있기를 덤덤하게 바라는 일.

당신 쪽으로 슬며시 마음 한쪽을 밀어두는 일.

그런 것들이 가슴에 쌓이고 쌓이면 탑이 되거나

벽에 그려진 애틋한 무늬가 되기도 하니까.

나는 지금 새벽의 사원에 있다.

지붕에 검은 새 한 마리가 가볍게 날아와 앉는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한 모금의 물처럼 맑고

새벽의 기도처럼 간절한

단 하루의 삶이다.

 

이 글을 보면서 생각했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는 과정 중에 간절한적이 있었나.

간절한 이들을 보고 닮아야 겠다고 생각한적이 있었나.

혹은 그들의 간절함을 이해하려고 생각해 본적이라도 있었나.

이런 간절함의 마음떨림을 알려고 노력해본적이 있었나.

글쎄. 이외의 모든 질문에도 나의 대답은 "NO"인 것 같다.

단 하루를 간절하게 살라면 살고싶은 나의 삶은?

... 아마 하루. 한달, 일년.... 평생이 걸릴거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기까지.

하지만 죽음앞에서라도 "지금 당장 단 하루 당신에게 건강한 삶을 선사한다. 하고싶은 일을 하라. "

라는 말을 듣는다면 무언가 당장 뛰어가 할일을 찾을 수 있다면,

그건 성공한 삶을 살아온 사람의 모습이 아닐까.

간절함보다 소중한건, 내가 그 무엇에 간절함을 느끼나. 하는 질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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