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 셸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어디로 갔을까, 나의 한 쪽은>을 매우 인상깊게 보았습니다. 그래서 이 책 <세상 모든 것을 담은 핫도그>도 기대를 가지고 대했습니다. 더욱이 그의 미발표작을 한 데 모아 엮은 유고작이라고 해서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앞의 두 책처럼 스토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실버스타인이 그리고 썼던 모든 것을 담아놓은 것이더군요. 이 책에는 정말 많은 그림과 글이 담겨 있는데, 다 읽고(보고) 나서 뭔가가 쉽게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뭐랄까, 이 책 앞부분에 있는 작품(“세상 모든 것을 담은 핫도그”)은 이 책의 맛을 느끼게 해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핫도그를 주문하면서 / ‘모두 넣어 주세요’ 그랬는데, / 그게 큰 실수였지 뭐야 / 양념을 다 넣어 달라고 한 건데 / 앵무새를 넣은 핫도그가 나왔거든 / … (중략) … / 이제 핫도그를 주문할 때는 / 모두 넣어 달라고 하지 않을 거야”(p. 10).

 

   

   이 책에는 너무 많은 그림과 글들이 들어 있어 나중에는 내가 무엇을 읽고 보았는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킥킥! 이 책이야 말로, ‘세상 모든 것을 담은 핫도그’ 아닐까요! 그래도 다시 들추어보니 중간 중간 웃음이 나오는 그림과 글들이 눈에 띕니다. “친구”라는 시를 읽고 그림을 보세요. 저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네 머리 위에 벌이 있어. / 뒤돌아보지 마. / 눈 하나라도 깜짝하면 안 돼. / 소리 내도 안 돼. / 벌이 너를 쏘기 전에 / 내가 그놈을 먼저 죽일게. / 그러면 너는 벌에 쏘이지 않고 / 안심할 수 있을 거야.”(p. 168).

   순수한 마음으로 날 도와주려하지만 결국 날 잡을 이런 친구는 과연 좋은 친구일까요, 나쁜 친구일까요?

 

   “어떻게 해도 내 마음은 바뀌지 않아”라는 시도 재미있습니다.

   “네가 실없이 잘 운다 해도 난 괜찮아. / 네가 변덕이 죽 꿇듯 해도 난 신경 안 써. / 네가 뚱뚱하다 해도 나는 불편하지 않아. / … (중략) … / 네가 나쁘게 굴어도 나랑 상관없기는 마찬가지야. / 네가 어떤 사람이든지 나는 다 괜찮아 / 어쨌든 나는 네가 아주 싫으니까.”(p. 146)

   마지막 문장의 반전이 일품입니다. ‘네가 어떠하든 다 사랑으로 받아줄 수 있어’ 이런 문장을 기대했는데, “어쨌든 나는 네가 아주 싫으니까”로 끝나고 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정말 싫어하는 사람은 가까이 하지 않기에, 그가 어떠하든 상관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이 책에서 저자는 일상적인 우리의 어법과 생각을 비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렇게 신랄함보다는 어린아이 같은 천진난만함이 느껴집니다. 셸 실버스타인은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지만, 그의 그림과 글은 그를 사랑하는 독자의 마음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참고) 타이포(typo), 두 군데를 찾아냈습니다. 25페이지 아래서 네 번째 줄에 “소리가 나지 않는 종이가 필요하십니까”는 “소리가 나지 않는 종이 필요하십니까”로, 164페이지 위에서 네 번째 줄에 “긴 위자에 누웠더니”는 “긴 의자에 누웠더니”로 고쳐야 되겠죠.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