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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도는 어디입니까?" 라고 물으면, '나의 인도'라고 이름 붙여 놓으면 나도 빠질세라 한몫 끼고 싶다. 인도를 두번이나 다녀왔었으므로.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개인적인 이유로 다시 인도로 돌아가 나의 삶을 살다가 마감하려 했으므로.

인도를 두번째 찾은 인도 여행에서 6개월을 보내고 귀국하는 길, 중국인 여행객이 나에게 묻는다. "넌 인도에 다시 올거니?" 라고. "그렇다"고 대답하자 나에게 돌아온 답은 "크레이지 우먼"이었다. 무척이나 힘들었나 보다.

맞다. 여행은, 특히나 인도 여행은 몸시 고되고 힘들다. 그래서 두번 다시 오면 내가 사람이겠냐 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 반대로 인도에 흠뻑 빠져 자신조차 잃어버리고 아니 자신을 찾고자 인도에 정착하는 사람들로 나뉜다.

박완서, 법정, 신경림, 이해인, 문인수, 강석경, 나희덕, 동명, 박형준, 김선우, 이재훈 등 이름만 들으면 금새 아는 분들과 다양한 직업을 가진 분들이 그런 묘한 끌림에 인도를 찾았고 자신이 경험했던 추억속의 인도에 대한 이야기를 출판한 책속 수록 꼭지중 일부를 한데 모아 다시 한권의 책으로 완성되었다.

3년 만의 인도였다. 밤 1시. 첸나이 공항에 내리는 순간 훅 끼쳐 오는 남국의 열기와 특유의 인도 냄새. 배기가스와 각종 향신료와 향냄새. 사람 냄새뿐 아니라 소와 개 같은 동물 냄새 등이 뒤섞여 만드는 묘한 인도 냄새가 제일 먼저 후각을 자극한다. 출국 심사대를 나서는 순간 걸음을 멈추고 살짝 눈을 감은 채 느리고 깊게 심호흡을 한다. p.13

책의 시작은 김선우님의 여행기.

책을 펼치자 마자 내가 경험했던 그 인도의 공항 풍경과 냄새가 훅 끼쳐와 익숙한 반가움이랄까? 그리움이랄까? 잊고 있었던 것을 다시 재회한 당황함이랄까? 그런 복잡한 감정들이 나에게 다가와 [나의 인도] 여행을 함께 출발했다.

바라나시에서 꼭 빠뜨릴 수 없는 일은 새벽과 저녁에 배를 타는 일이다. 새벽 4시에 샨티 게스트하우스에서 운영하는 배가 뜬다. 아직 깜깜하다. 깜깜한 배를 타고 물살을 가르면 순식간에 세상은 어둠 속에서 환해진다. p.93

몇분의 저자들이 언급한 이 '바라나시'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사진을 보면서 다시 한번 내 기억 속에서 사라졌던 단순히 '갠지스강'에서의 인도인들만 기억에 담아두었었는데 대학교 2학년 겨울에 찾았던 그해의 장면이 불현듯 떠오르게 해주었다. 그때는 막연히 찾았던 인도였는데. 그게 나와 인연을 맺어주었던 아니 손 내밀어 주었던 첫 여행이었다. 벌써 이십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갠지스 강물도 불도 바람도 궁극적인 신은 아니다. 그들은 '신'이라는 이름일 뿐, 궁극의 신은 그 이름 너머에 있어, 사람들은 신을 만나고도 신을 갈망한다. 신이 옆에 있어도 신을 그리워한다. 신에 의해 타오르고 신에 의해 신을 만나고 신을 만나고도 신을 만나지 못하는 우리의 죽음, 죽음, 죽음들..... 그것들은 보석같이 아름다운 빛깔로 시시각각 변하면서 변하지 않는다. p.92

그 어떤 나라보다 더욱 신과 밀접한 인도 사람들의 모습을, 삶을 잘 묘사해 준 표현이 아닌가 싶다. 참 아이러니 아닌가. 신을 만났는데도 갈망하다니. 그리워하다니. 신을 만나고도 만나지 못했다니.

눈망울이 무척이나 크고 선량했던 내가 만난 인도 사람들이 어느덧 내 기억속에서는 그리움이라는 이름도 자리 하지 못할 정도로 아득히 멀어져 가고, 그들의 얼굴이 사진속에 존재하는 이들만 남아있지만 그들 중 6개월을 가까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며 지냈던 한 사람을 추억할 때 이 책을 다시 만나 그때의 기억밖 어두운 그늘에 빛을 비춰 볼 수 있었다.

from. 오렌지자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