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대부분 누군가를 만나거나, 어떠한 상황에 직면하면서 그것을 통해 경험을 쌓고 비로소 삶이라는 토대를 구축하게 된다. 그러한 경험이라는 학습을 통해 타인이나 혹은 타자에 대한 기억을 머릿속에 저장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특정한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기억이 반복된다면, 우리는 그것에 대해 미리 예측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반복되어 축적된 기억을 통해 결론을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점은 기억이라는 건 상당히 자기중심적이라는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기억을 자신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왜곡시키는 경향을 보인다. 자기라는 주체를 중심으로 오로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고 전력을 다하는 자기중심적인 기억의 칼날은 간혹 우리들의 상상을 초월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더욱 더 아이러니한 점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약한 인간은 삶이라는 공간을 버티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존재 자체에 대한 의미부여가 될 수도 있고, 그렇게 해서라도 삶을 살아가게 하려는 것일 수도 있는데, 어쩌면 신이 인간에게 선물한 망각이라는 대상과 비슷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