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10월도 중순을 넘어서니 가을을 넘어 초겨울로  가려한다.

파란 가을빛을 제대로 느껴보기도 전에 비가 오니 으스스하며 기온과 함께 내 마음도 내려간다.

이런 날에는 방구석에 쳐박혀 어린시절처럼 뜨끈한 아랫목에 배깔고 누워 책을 읽어야하는데... 우리집은 지역난방이라 그런 맛도 없다.

눈꽃

시리도록 아픈 하얀 사랑을 만났다.

첫 장부터 아련함이 느껴지는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이별장면이어서 여주인공 서연이 어떤 선택을 할지 로맨스 소설광인 나로써는 스토리전개가 보이지만 그래도 그 먹먹함을 가지고 읽어내려간다.

소설은 현재와 과거 그리고 다시 현재로 진행되는 듯 하다.

그렇다고 처음의 현재가 지금의 현재는 아닌...

재벌가의 아들로 태어나 아버지를 비극적으로 보내고 어린 시절 할아버지손에서 당연히 은행을 물려받을 상속자로 자라지만 비극적인 일이 생길까봐 이름도 바꾼 채 그룹과는 무관한 듯 살아가는 제이어드.

그런 그가 우연히 지나가는 차 안에서 마주친 소녀 서영.

그들의 만남은 우연인 듯 했으나 그것이 결국 그들의 인연의 시작이었음을 그때는 몰랐을 것이다.

그녀의 모습을 닮은 서영의 언니 민영을 만난 제이어드, 그녀를 통해 결국 서영을 찾게 되지만 차마 사랑이라 부르지도 만나지도 못하고 지켜만 본다.

언니의 연인으로 제어이드를 만난 서영 또한 그에게서 왠지 모를 끌림을 느끼고 고등학교에서 하교하던 어느 눈내린 겨울 첫키스를 받고 그를 꿈꾼다.

아버지의 삶을 생각하며 그녀를 꾸욱 꾸욱 자신의 삶에서 밀어내려 애쓰는 제이어드도 자꾸만 그녀와의 만남이 지속되자 결국 그녀를 탐하게 된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 생각한 서영

스스로 그의 곁에 갔지만 그의 곁에서 떠나오길 결심 그의 아이와 함께 한국으로 들어와 조용히 사는데...

어느날 그의 사고소식을 듣고는 다시금 그의 곁으로 날아간다.

모든 걸 포기하려는 그에게 살아만 달라고 애원하는 서영.

그는 간절한 그녀의 소망에 따라 결국은 눈을 뜨고...

두 사람은 마지막엔 그녀를 받아들이는 제이어드의 엄마 사라의 결심으로 다시 만나게 된다.

뭐 재벌과 일반인의 사랑.. 통속적으로 로맨스 소설에서 많이 쓰던 소재가 아닌가.

그러나 미국으로 이민간 한국소녀와 재벌의 사랑은 약간은 환상적인 느낌이 든다.

거기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학교동창이며 연인이었던 데이빗를 버리고 결국엔 자신이 원하던 그의 곁에서 그냥 조용히 살다 떠나려하는 그녀를 나이가 든 지금은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는게 한 번 뿐인데 이왕이면 정말 죽고 못사는 사랑 그런 사랑 한번즈음은 하다 죽어도 좋지 않을까 싶다는..

가슴 먹먹한 사랑을 아직 한번도 못해봐서인지...이런 사랑이야기만 나오면 왜그리 읽고 싶은지~

이불 속에 앉아 서영이 되어 같이 울고 웃었던 눈꽃...

뭐~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다행이지만 삶은 녹녹치 않음을... 그리고 역경을 이겨낸 사랑이 더 견고함을 눈꽃을 통해 느껴본다.

사랑 그러나 현실에서는 좋은 일들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드라마로 만나도 재미있을 소설...눈꽃.

겨울이면 더 잘 어울릴 소설인 것 같다.

문학·책, 눈꽃, 파란, 홍수연, 로맨스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