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것은 가끔, 사진 찍히는 것은 끔찍.. 나는 카메라와 친하지 않다. 그러나 사진으로 내가 보고 느끼는 것을 남기고픈 필요와 사진 찍히는 것을 즐기고 싶은 열망이 있다. 특히 후자! 사진 속의 내 모습을 좋아하고 싶고 사진 찍기를 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진 찍는 법에 대한 지침서는 시중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관심은 가지만 구매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이 책을 뭔가 달랐다. 사진으로 소통하고 사진으로 치유받는다. 포토테라피. 생소하지만 관심이 갔고 읽어보게 되었다. 사진 속 내 모습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나도 달라질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사진 속에는 사진을 찍는 사람의 내면이 담긴다. 한 사람의 생각, 성격,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욕구, 자신도 몰랐던 자아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많은 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쳐 온 포토테라피스트 백승휴 작가님은 이 책 속에서 수강생들의 사진과 자신이 찍은 사진들을 중간중간 소개하면서 사진에 담긴 내면을 풀어내고 있다.

단순히 내면, 또다른 자아가 찍는 사진에 담긴다는 게 끝이 아니다. 찍고 찍히는 과정 속에서 내면의 치유까지 이어진다. 외모에 자신감이 없거나 특정 부위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던 이들이 사진 속의 자신을 마주하며 새로운 자신을 발견한다. 콤플렉스가 자기애로, 자존감으로 변화되어 간다. 부부가 같은 주제와 같은 대상으로 자신만의 사진을 찍어 오랜 세월 함께 살아오면서도 잘 몰랐던 서로의 다른 점을 알아가고, 중년 여성들이 자신감을 되찾고, 가족들이 프레임 속에서 뭉쳐진다. 몇 장의 예시 사진들만 봐도 내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질 정도로...

사진을 찍기 위해 배우고자 찾아오는 이들은 대부분 일상이 권태롭기 때문이라고 한다. (스스로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카메라를 들고 익숙한 일상 속에서 놓치고 있었던 장면들을 사진으로 담아낼 때, 낯선 곳에서 자신만의 사진을 찍을 때 권태롭고 지루하기만 했던 일상들에도 생기와 활력이 불어넣어질 것이다. 생활하며 쉽게 나태해지고 감사를 게을리 하고, 익숙한 경계를 넘어 새롭고 낯선 곳으로 가고 싶지만 발걸음을 뗴지 못하는 나. 카메라와 함께 가까운 곳부터 여행을 시작해야겠다. 나를 더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