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입니다. 다시 "모모"의 미하엘 엔데를 찾았습니다.

 

 지난 책의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마음이 말랑해지라고 들은 책

 

 입니다. 문제는 워낙 그림이 세밀하게 들어간 구성인데,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나와서 버스에서 소리를 지를 뻔했습니다. 놀란 가슴을 쓰다듬고 다음날 종이 한

 

 장 끼워넣고 책을 읽었습니다. 이그... 지금도 그 때 생각만 하면...

 

 『거울 속의 거울』이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불러도 되는지...-라면 『마법의 수프』는

 

 정말 동화입니다. 모두가 함께 읽을 수 있는 동화!

 

 마녀는 왜 항상 그렇게 심술궂은지(그릇과 수저 이야기), 존재의 이유를 찾아 떠나는

 

 곰인형의 여행(테디 베어와 동물들), 학교가기 싫은 개구장이의 성장기(산타 크루즈로

 

 가는 머나먼 길), 산문시 같은 이야기(나비가 되는 긴 여정 혹은 이상한 교환),

 

 과연 철학자였을까 싶은 코끼리(주름투성이 필레몬), 한번은 겪어봤을 아이시절

 

 (어느 무서운 밤), 악몽 퇴치법(꿈먹보), 그림자까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오필리아의

 

 그림자 연극)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미하엘 엔데의 작품은 현실과 환상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독자들에게 허구임이

 

  분명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도,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린 이야기보다 훨씬 더

 

  많은 삶의 진실을 일깨워 준다. 그것이 바로 많은 독자들이 미하엘 엔데의 작품을

 

  '미친 듯이' 찾아 읽으며, 끝없는 그의 이야기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 미하엘 엔데 글, 베른하르트 오버디에크 그림『마법의 수프』의

신형건의 작품 해설 "미하엘 엔데와 함께 떠나는 시간여행" 中에서

 

 

 

 『마법의 수프』에 있는 모든 동화가 다 좋았지만 저는 "오필리아의 그림자 연극"이

 

 제일 좋았습니다. 세상에 아무것에도 속해 있지 않고, 아무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그림자들을 껴안은 오필리아 할머니. 자신의 그림자에 '그림자여우', '어둠무서워',

 

 '외톨이하인', '쇠약한밤', '절대로다시', 그리고 마지막 '죽음'까지... "그렇게 그림자

 

 들과 함께 잘 살았습니다."로 결론을 맺지 않고, 그림자들마저 구원받아서 천국에서

 

 그림자 연극을 하는 오필리아 할머니. 그림자들의 훌륭한 공연으로 천사들은 인간으로

 

 서 땅에 사는 것이 얼마나 애달프고 슬픈지, 또 얼마나 대단하고 우스꽝스러운지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필리아는 그곳에서도 배우들이 대사를 잊지 않도록 조그만 소리로

 

 속삭여 주고 있습니다. 큰 목소리로 나의 주장만을 내세우는 현실에 보여지지 않으면서

 

 도 자신의 할 일을 묵묵히 하고 있는 민초 생각이 납니다. 그래서 이 세상이 아직 멸망

 

 하지 않는 것 아닌지...

 

 단어 하나하나가 참 아름다운 작가입니다. 이제 두 권 남았습니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