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었던 책을 발견한 순간의 기쁨은 늘 날 흥분하게 한다.

소풍갔을 때 보물찾기에 성공한 기분, 아마 로또에 당첨된 기분도 이보다 더하진 않으리라.

두꺼운 책의 압박은 내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고, 밤을 꼬박 새워 읽고야 말았다.

하지만 정작 이 책을 폈을 때의 느낌은 한마디로 두려움.

처참한 이야기의 시작으로 몇 번을 펼치고 덮기를 반복하다.......서서히 책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인간의 뇌에 침입, 인간의 정신을 잠식하고 기생하여 사는 외계 생명체 소울(Soul)에 의해 지구의 거의 모든 인간이 정복당한 미래.

인간은 외계 생명체 소울에게 몸을 내어주는 그야말로 숙주 신세인 호스트가 되는데, 몸은 여전히 활동하지만 머릿속 주인이 소울로 바뀌는 것이다.

대부분은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지만, 우리의 주인공 멜라니는 쉽게 굴복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려 한다.
한 몸 안에서 살아가는 두 개의 생명체, 멜라니와 소울은 처음에는 서로를 미워하고 갈등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는 관계로 변해간다.

’방랑자’로 불리는 소울은 자신을 감시하고쫓는 ’수색자’를 따돌리고 멜라니의 기억에 의존해서 멜라니의 연인 제러드와 동생 제이미를 찾으러 떠난다.

유일하게 생존한 인간이었며 동생을 위해 먹을 것을 훔쳐야 했던 멜라니와 제러드의 만남은 운명이었고 꼭 다시 만나야 한다는 그녀의 강한 의지가 그녀를 살아남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예전에 보았던 TV시리즈 ’V’(?) 언뜻 떠올랐다.

역시 외계인에 잠식당한 채 불안한 삶을 살아야 하는 지구인의 이야기를 다룬 외화시리즈다.

불투명하기만 한 미래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이라지만 이렇게 가슴떨리고 처참한 지구인의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죽을 고비를 겨우겨우 넘기고서 멜라니와 린다는 생존해 있는 제러드와 동생 그리고 삼촌을 만났다는 기쁨도 잠시.

그들은 호스트가 되어버린 멜라니가 아직도 존재히고 있다는 것을 의심하고, 외계인을 피해 숨어사는 자신들의 생존에 위협이 되는 외계인 소울에 대한 분노와 불안감으로 방랑자는 늘 생명의 위협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방랑자 소울은 ’완다’라는 이름을 받으며 인간들과의 불안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한 몸에 존재하는 두 개의 영혼, 그리고 이들의 사랑.

안타까운 그들의 사랑이야기와 희생, 생존본능에 같이 울기도 했다.

불안하기만 했던 미래의 지구에서 생존자들과 완다를 통해 꺼지지 않은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자의 무한한 상상력에 감탄했고 결국 우리의 삶에 사랑과 희망이란 소중한 자산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