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이 만나 대화를 한다. 이들의 언어가 같은 온도를 유지한다면 코드가 잘 맞아 친해지게 되고, 온도가 같지 않을 경우는 멀어지거나 소원해지게 된다는 것을 이미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는 말의 온도에 따라 차가움과 뜨거움, 적당한 온기를 느낄 수 있다며 그가 주위에서 수집한 여러 이야기 속에서 말해주고 있다.

 

 

일상 속 아무렇지도 않게 습관적으로 말하는 나의 언어들을 되돌아보게 해준 이 책의 독서시간은 그런 면에서 많은 의미가 있다. 언어가 주는 힘이 얼마나 센지, 얼마나 강렬한지, 얼마나 뒤끝을 남기게 하는지를 여러 이야기를 통해 그리고 나 자신을 반추하며 생각해보게 되었다.

 

 

 

말의 근원을 되짚어보며 그 언어가 주는 소중함과 절실함 또한 깨닫게 된다. 삶과 사랑과 사람이 서로 얽혀 있다는 것, 그것이 어떤 식으로든 우리의 인생에 깊숙이 개입되어 있다는 것에도 동의한다.

 

 

 

책을 펼치자 마자 마주하는 '당신의 언어 온도는 몇 도 쯤 될까요?' 문장은 나의 언어를 한번도 점검해보지 않았다는 점을 깨닫게 해주었다. 때로는 차가움으로 상대방에게 시원한 한 방을 날리지는 않았는지, 때로는 너무 뜨거워 상대방이 주춤 물러나진 않았는지, 때로는 온도 측정이 불가해 상대방이 의미를 이해못하지는 않았는지 여러 생각들이 스쳐 지나간다.

 

활자의 힘을 믿고 활자중독까지 갈 정도로 단어와 문장을 더듬으며 살아가는 작가에게 언어의 온도란 꽤 흥미로운 주제로 다가왔을 것이다. 섬세하고 예민한 것은 아름답다. 조사 하나 차이로 그 예민함은 아름답게도 흉칙하게도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갑자기 내 입에서 나오는 말들을 점검하게 된다.

 

 

 

 

작가가 지하철이나 길거리, 버스에서 우연히 엿듣게 된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일상 속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여러 이야기들을 적절하게 수집하여 글로 풀어내는 일을 담당하는 것이 작가의 몫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기주 작가의 어머니 이야기만 나오면 내 어머니 생각이 자동적으로 오버랩된다. 그의 어머니에 대한 애뜻함이 그의 언어 속에 잔잔히 녹아있었다. 그에 생각에 공감하는 내용을 필사하고 있다. 글을 읽고, 글을 쓰면서 내 안의 무언가가 차오르는 느낌이 든다.

 

사인회까지 다녀와 그의 글씨를 책 속에 간직했다. 나의 인향이 만리까지 가도록 부지런히 애써야겠다. 적정한 언어의 온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것 또한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