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敍情)과 서사(敍事) 사이

 

1. 작가 소개와 저술 의도

 

저자 : 최민식(사진)

1928년 황해도 연안에서 태어났고 일본을 거쳐 부산에 정착했다. 선생의 카메라 워크는 늘 ’인간’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걸로 정평이 나 있다. 지금까지 기념비적인 사진집 ’인간’ 시리즈를 열두 권 펴냈고 『종이거울 속의 슬픈 얼굴』 『리얼리즘 사진의 사상』 외 많은 저서를 출간했다. 국내보다는 외국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그는 영국 『사진연감(Photography Year Book』에 사진이 수록되고 ‘스타 사진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저 : 조은(글)

1960년 경상북도 안동에서 태어났다. 1988년 계간 ‘세계의 문학’에 『땅은 주검을 호락호락 받아주지 않는다』 외의 시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묵시론적 통찰을 보여주면 등단하였다. 그 이후 세 권의 시집 『사랑의 위력으로』, 『무덤을 맴도는 이유』,『따뜻한 흙』,『생의 빛살』과 산문집 『벼랑에서 살다』,『조용한 열정』장편동화『햇볕 따뜻한 집』,『동생』,『다락방의 괴짜들』등을 출간하였다.

 

가난하고 소외 받은 이들의 관심 유도.

각박해진 현재의 세태 속에서 더욱 소중하게 생각되고 그리워지는 것. 

 

2. 주제 및 요점

 

인간을 주제로 한 소외된 이웃들에 대한 삶의 이야기.

가족과 사랑의 의미.

인정과 온정, 박애정신의 부재. 

 

3. 책 뜯어먹기

창가로 들어오는 빛살은 때로는 날카로움이 되어 사람의 육체를 관통한다. 창가로 들어오는 빛살은 때로는 따스함이 되어 마음을 관통한다. 작렬하는 태양광이 프리즘을 통해 나타나는 여러 갈래의 빛의 분산과 굴절은 우리가 살아가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투영한다. 사치와 오욕에 찌든 졸부의 인생과 두 세평 남짓 어두운 삵 월세 방에서 아이의 입술에 젖을 물린 어미의 눈물은 인생이라는 궤적에서 끝없는 외줄타기를 반복한다.

 

샘터에서 발간된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것들에 대하여]는 가난과 불평등 그리고 소외된 현장을 담은 사진작가 ’조민식’ 선생님의 흑백 사진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외경심, 산다는 것의 의미, 소외당한 이웃의 슬픔, 낮은 곳에서의 힘겨운 삶과 희망 그리고 사랑을 ’조은’시인의 담백한 글로 엮어낸 아름다운 책이다. 가난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서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더 나아가 불행, 소외, 허탈, 고독, 외로움 등이 ’낮은 곳’의 정면을 향해 굵은 파선을 긋는다. 

 

’낮은 곳’에는 올곧이 가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타인의 주관적인 느낌대로 불행과 소외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 ’가족’과 ’행복’과 ’사랑’이 녹아있어 때로는 힘겨운 삶 속의 미소가 아름다움으로 승화하는 것이다. 참행복과 참사랑이란 흐르는 물길과 같아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향해 흐른다. 이는 낮은 곳에 살아가는 이웃들은 높은 곳의 위선적인 사랑과 행복보다 내면적인 삶의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많은 외국인은 한국이 기적을 이뤄낸 나라라고 평한다. 정부가 수립된 지 2년 만에 6.25 전쟁의 발발로 국민과 국토가 초토화됐으며 휴전 협정 이후도 지속된 위협으로 말미암아 경제적인 기반을 세울 겨를도 없이 낙후된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했으나 보릿고개의 상징이 되었던 지난날은 현재가 존재하는 밑거름이기도 했다. 지금도 우리의 가난했던 시절에 사람이 가지는 따뜻한 인정과 온정, 가난이 없는 복지사회를 꿈꾸는 많은 어린이의 꿈과 희망은 경직되고 각박한 세태에서 요구되는 그리움과 소중함이며 가난과 소박한 마음의 무의식 자아를 두드리는 공명(共鳴)이다.

 

태어날 때부터 배경이 어둠뿐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겐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질 위태로운 순간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옵니다. 가족이라는, 이웃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사랑만이 어둠을 역전시킵니다...p. 124

 

4. 끄트머리

 

사진작가 조민식 선생은 평생을 인간이라는 주제로 낮은 곳의 이웃을 사진으로 담아낸 작가이다. 사회고발적인 사진으로 유신과 군사독재 시대에는 수많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것들에 대하여]는 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흑백사진을 통해 소외된 자들의 삶 속에 뼈를 묻는 사진작가의 외로운 장고(長考)를 느낄 수 있다. 비록 인정해주는 이가 없어도 그가 작업에 미칠 수 있었던 것은 가난한 서민이 그와 함께 해 줬다는 사실과 그들과 함께한 희로애락이 전부이다.

 

피땀으로 얼룩진 그들의 젖은 옷과 삶의 끈을 쥐고 어둠을 역전하기 위해 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그들은 가족과 사랑으로 위로와 보상을 받는다. 낮은 곳의 삶은 나를 한없이 초라하고 작게 만든다.

 

사실 그대로 카매라에 담아 낸 작품을 서사로, 작품에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 글은 서정이라고 규정짓고 싶다. 이 서사와 서정 사이에 공감이라는 틀이 존재할 때 비로소 완벽한 합일이 이루어진다. 이 책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서사의 완벽함을 서정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점으로 글을 쓴 작가에게 죄송한 마음이지만 읽는 내내 불편한 심기를 건드린다.

 

사진은 정말 좋았는데...아쉬움에 책표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우리가사랑, 최민식, 조은, 샘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