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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앙은 어디에 있는가/톨스토이/바다출판사  | 인문 2020.12.20 21:4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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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
바다출판사 | 202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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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은혜'라는 게 있다. 진정한 기독교인으로 거듭나기 위해 반드시 가져야 (또는 하나님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은혜다. 솔직히 기독교도인 나도 이 깨달음이 뭔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개인적인 경험을 말한다면, 본문 19쪽에서 톨스토이가 '첫눈에 직접적으로 그냥 이해했다. 나는 이해했던 것이다'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서는 어떤 느낌인지 확실히 알고 있다. 나에게도 첫눈에 그냥 이해가 되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게 했던 성경 구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의 충만함과 그 벅찬 기분은 겪어 보지 않으면 모른다.

 

그런데 문득 이 책을 쓴 톨스토이의 '의도'가 상당히 궁금해진다. 소설 작가로서 톨스토이와 <나의 신앙은 어디에 있는가>의 작가로서의 톨스토이와는 너무 달라 보인다. 반평생을 니힐리스트(무신론자)로 살아온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전향'을 했다. 그렇다. 이것은 '전향'이었다. '귀의'가 아닌 것이다. 전향과 귀의는 상당히 다르다. 전향은 '종래의 사상이나 이념을 바꾸어 그와 배치되는 사상이나 이념으로 돌아서는 것'을 말하고, 귀의는 '종교적 절대자나 종교적 진리를 깊이 믿고 의지하는 일'을 뜻한다.

 

 

 

 



톨스토이는 머리말에서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논의는 금하는 것임(8쪽)을 먼저 알아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것은 마치 자신이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대해 깨달은 점을 이야기할 테니, 그거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마라'라는 소리로 들린다.

 

<나의 신앙은 어디에 있는가?>는 톨스토이의 신앙의 지향점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믿고 있는 부분, 즉 말 그대로 '나의 신앙은 XXX에 있다'라는 답을 도출하기 위해 쓴 책으로 보인다. 그리고 톨스토이의 신앙은 12장 '나의 신앙은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있다'를 통해 절정을 이룬다.

 

톨스토이가 가장 중시하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은 소위 말하는 '산상수훈(마태복음 5-7장)'이다. 이 산상수훈은 통째로 암기하는 사람도 많을 정도로 아주 유명한 부분이다. 주기도문도 여기에 들어있고, 팔복을 비롯해 예수님 가르침의 정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며, 사회적 의무나 자선, 기도, 금식, 이웃사랑에 관한 내용이 제시된다.

 

그중에서도 톨스토이는 마태복음 5장 39절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라는 구절을 이 책 전반에 걸쳐 강조하고 있다. 톨스토이는 이 구절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모든 사상의 중심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물론 성경의 한 구절이 단초가 되어 더 쉽게 받아들이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스스로의 해석을 거의 맹신에 가까울 정도로 이토록 '믿는다' 외친다면, 그것은 분명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성경의 본문인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와 톨스토이가 해석한 '악에 저항하지 마라'는 상당히 다른 의미다. 전자의 의미는 '악한 자를 불쌍히 여겨 그를 위해 기도하라, 용서하라'는 능동의 의미가 있는 반면, 후자의 경우는 상당히 수동적이고 무기력한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인지 톨스토이는 전쟁, 사법기관 등 본질적으로 '악을 처벌'하는데 목적을 가진 기관, 종래에는 국가마저 비난한다. 무조건적인 용서와 철저한 비저항을 주장하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우리가 그동안 알아 온 비폭력 저항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리고 예수님은 사회적 의무도 지키라 말씀하셨다. (마태복음 22장 21절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세금의 의무)

 

<나의 신앙은 어디에 있는가>에서 톨스토이는 '신앙'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주장'에 목적이 있는 글을 쓴 것으로 보인다. 나는 이 책의 어디에 자신의 신앙에 대한 고백이 있으며, 톨스토이는 진심으로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동의하고 있는 걸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학문적 지식에 의한 자신의 연구 결과를, 신앙이라는 명목하에 발표한, 그저 한 편의 논문을 읽은 기분이다.

 

*본 리뷰는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제공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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