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노래를 읽은 이후 그가 쓴 글을 다시 한번 읽고 싶었다. 칼의 노래를 읽었을때 그의 문장은 낮설었다. 글을 이해하는 나의 머리와 나의 눈동자가 자꾸 엇박자를 냈다. 그 원인을 알지못하면서 왜이럴까? 왜 이럴까? 내가 너무 우리글에 대한 지식이 박한가? 아니면 김훈의 글이 어려운가? 몇번을 고개을 갸우뚱하면서 책을 넘겼다.

그때, 내가 김훈의 칼의 노래를 읽을때 내가 뽑은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을 당했었다. 노무현대통령은 탄핵을 당하고 난뒤 청와대에서 연금 아닌 연금을 당한 상태에서 김훈의 칼의 노래를 읽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사법부의 판단은 입법부의 판단과 다를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사법부의 판단이 입법부가 내린 탄핵을 존중했다면 정치적으로 노무현대통령은 커밍아웃 되었겠지만 그 지지자들과 함께 정계의 언저리에서 똘똘 뭉쳐 있었겠지만 사법부가 입법부의 판단과 다른 결정을 내림으로 인해 노무현대통령은 세상에서 아니 우리나라에서 영원히 로그아웃되었다. 

지금 노무현대통령은 부엉이 바위를 마지막으로 로그아웃되고 김훈은 살아서 치열하게 연필로 원고지를 메워가며 글을 쓴다.

가끔씩 자전거도 타면서

김훈의 글을 읽으면서 가졌던 나의 그 당혹감(읽은 속도와 이해의 속도의 차이에서 오는 짜증스러움)은  그가 글을 너무 잔인하게(자신에게도 잔인하고 독자들에게도 잔인한)쓴다는데 있었다.

김훈의 칼의 노래를 나는 몇번을 읽었다. 노무현대통령이 복권되고 난뒤에도 읽었고 그뒤 노무현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렸을때도 나는 칼의 노래를 읽었다. 그가 이순신의 말을 빌어 한 것처럼 세상은 베어 질수 없는 적들로 가득차 있었다.

그는 글을 너무 오랫동안  생각하면서 쓴다. 그의 사고를 그의 생각을 따라가기에 그가 우리에게 제시한 문장은 너무 간결하고 아쉽다. 흡사 모든 것을 생락한 약도를 보는 듯하다. 최인호의 소설이 마치 교통지도를 보는 듯하다면 김훈의 글은 모든 기호가 사라진 약도를 보는 듯하다. 그러므로 그의 글은 정확하고(적확하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군더더기가 없다.

그의 생각과 글이 의미하는 바를 쫓아가는데 자칫 하나의 상징이라도 하나의 문장이라도 놓치면 독자는 닭쫓던 개가 지붕을 쳐다보는 격으로 아니면 내가 그의 글을 처음대하고서 당혹해 했던 것과 같은 입장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그의 글이 가지는 그 생경한 느낌을 이번 그의 산문집 바다의 기별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는 조사를,조사의 역활을 싫어한다.아니 우리 한글의 조사 있음이 불편하다. 그가 영문학도 여서가 아니라 그는 주어와 동사로만 이루어진 글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게 단순하고 영어는 그런 글이다. 주어와 동사 그리고 간혹 형용사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조사가 있다.

를 을 는 같은 주어를 도와주는 조사. 영어의 I love you에는 조사가 없다. 나 너 사랑한다.그런데 우리는 나는 너를 사랑한다고 해야 한다. 는과 를이 있어야 우리나라 말은 된다. 글도 마찬가지다. 그 조사를 싫어한다는 것은 정말 단순하게 글이나 말이 기호로서의 기능에 충실하기만을 원하는 것이다.

그의 글은 그래서 길지가 않다. 그의 글은  짧으면서도 군더더기가 없다. 어떤 때는 그의 글에 너무 군더더기가 없어서 민망하다.

그의 글이 이렇게 짧으면서 사실만을 묘사하고자 하는 것은 기자 특유의 문체이다. 기자는 특히 스트레이트성 기사를 쓰는 기자는

자기의 주관이 들어가는 것을 극히 자제한다. 그렇게 훈련을 받는다. 그 기자로서의 문체에다 김훈은 화려한 수사에 대한 거부감. 사실을 사실대로만 쓰고자 하는 단순함 그리고 연필로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연필로 글을 쓴다고 한다.

연필로 쓴글은 대체로 머리로 글을 쓰는 것과 같다.

내가 처음 잡지사 기자로 일을 할때 나의 선임 기자중에 한사람이 연필로 글을 썼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들어가기 어려운 국립대학을 나왔다. 그가 연필로 쓴 잡지사의 기사는 읽으면 논문 냄새가 났다. 나는 속으로 저 선배의 글은 논문집 원고보다도 대학교수의 은퇴를 앞두고 제자들이 의무적으로 내는 기념논총의 한꼭지 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그도 잡지사의 기자보다는 대학교의 교수가 더 자기의 직업으로 어울리지만 그렇게 되지 못한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에 비하면 나는 연필보다 물이 촐촐 흐르는 볼펜으로(몽블랑 볼펜이 특히 그러하다,나는 몽블랑 볼펜의 필기감을 좋아한다.) 생각의 속도를 손이 따라가지 못할정도 빨리 써내려 갔다가 몇번이고 원고지를 다시 정리하며 쓰는 스타일이다. 

내가 원고를 쓰고 난뒤 커피를 한잔 타서 내자리로 와 주변을 둘러볼때 그는 여전히 오른쪽 어깨에 힘을 잔뜩주고 한 손으로 담배를 빨며 심각한 얼굴을 보이면 나는 속으로 아이고 또 논문 한편 쓰시네. 잡지글은 화장한 연예인 얼굴인데 저 아저씨는 사대부집 규수 얼굴을 그리니 누가 재미있어 하겠어?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내가 칼의 노래 이후 다시 바다의 기별을 읽었다. 그리고 그의 글에 대한 안목을 이제 조금 넓히게 되었다. 연필로 몇번을 지우고 또 쓰는 그의 글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다. 그래서 그의 글은 천천히 씹으면서 읽어야 한다.

그의 글은 문장이라기 보다 기호에 가깝다. 그러므로 잡지 글이나 먹기좋은 패스트 푸드 같은 글을 애용해온 사람들은 그의 글이 어렵다. 그의 글을 씹어먹으면 더 맛이 있고 그의 사유에(실제로 그는 생각이 많은 사람 같다.)더 접근하기가 용이할 것이다.

그의 소설 몇권을 더 읽으면 그의 책도 죽처럼 쉽게 떠 먹을 수 있을지. 아니면 영원히 나는 그의 글을 읽으면서 바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남을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나는 성질이 급한 사람이니까?

바다의 기별은 내용이 너무 빈약하다. 그의 글이 아무리 군두더기가 없다 하더라도 양이 너무 작아서 밥벌이를 위해 너무 작은 양의 글로서 한권의 책을 역은 것이 안쓰러울 정도다.

하기야 책이 더 두꺼웠다면 다 읽는데 1년이 더 걸릴 수도 있겠지. 이해하면서 볼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