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긴 서양 미술 탐사>는 원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양 미술사의 흐름을 핵심별로 간결하게 서술하고 있는 책이다. 원시시대 구상과 추상 예술로부터 시작하여 현대 모더니즘에 이르는 서양의 주요 예술 사조를, 각각 대표할만한 작가와 작품의 특징과 의의를 설명하며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삶을 기약하고 삶의 힘든 시간을 버틸 수 있는 힘으로 상상을 언급한다. 살아가는 동안 인간은 끊임없이 난관에 부딪치고 그럴 때마다 몇 번이고 다시 도전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 과정을 지탱하는 힘이 상상이다. 상상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아름답고 멋진 삶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다만 상상이 빈약해도 안 될 것이요, 지나쳐 공상으로 치달아도 곤란하다. 자신만의 상상 속에 머물기만 한다면 다른 사람들의 상상에 진입할 수 없을 것이고, 타인의 상상만을 쫓는다면 자신만의 상상의 세계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가들은 상상의 대가들이다. 이들은 주어진 현실에 얽매이는 것을 거부한다. 뛰어난 상상을 통해 현실을 극복해 버리는 자들이다. 그리고 예술은 인간을 강하고 위대하게 만든다. 저자는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예술은 불멸에의 욕망을 가장 실감나게 감각적으로 표현해 낸 것이다’라고 말한다. 더불어 예술은 인간 삶의 모든 의미와 그 의미들이 성립할 수 있는 지대를 만들어 낸다고 소개한다.

 

본문 내용을 보자. 서양 회화에서 시간성과 영원성의 구분은 여러 종류의 회화를 크게 구분하는 중요 기준이다. 이와 더불어 구상성과 추상성의 대립, 생동감과 정적인 느낌의 대립, 감정적 에너지와 이성적 질서의 대립, 페이소스와 로고스를 각각 대변하는 디오니소스와 아폴론의 대립 등 각기 기준이 되어 서양 미술사의 흐름을 이끌어 왔다. 근현대에 등장한 모더니즘은 모방 또는 재현으로부터 서서히 벗어나면서 형성된 것으로 본다. 플라톤은 조형 예술을 참다운 진리인 이데아를 모방한 그림자인 이 땅의 실물들을 재차 모방한 것으로 여겨 천시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예술을 미메시스 곧 모방으로 보았다. 예술 중 특히 비극을 인간의 운명적인 행위를 모방한다고 보았으며 카타르시스를 통해 인간 영혼을 정화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겼다. 이들 예술에 대한 모방 이론은 긴 세월 동한 서양 예술 이론을 지배하였다. 데카르트 이후 근대 인식론이 전개되면서 인식이란 바깥에 있는 것을 인간의 정신(또는 의식)에 새기는 것이라는 생각이 만연한다. 이는 곧 ‘나의 정신 앞에 다시 보이도록 한다.’라는 주장으로 ‘표상’ 또는 ‘재현’이라고 한다. 예술에 관한 모방 이론은 근대 인식론적인 전환 과정을 거치며 재현 이론으로 불리게 된다.

 

18세기 바움가르텐이 ‘미학’이란 개념을 확립한 뒤, 칸트와 헤겔, 실러 등의 철학자들이 예술에 대해 여러 정의를 내리기 시작한다. 칸트는 “천재는 예술에 법칙을 부여한다.”, “우리는 미(자연적이든 예술적이든)를 일반적으로 미감적 이념의 표현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라는 말을 한다. 칸트는 아름다움은 본래 그 물건이나 장면에 얽매어 있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움이 제 스스로 드러나기 위해 그러한 물건이나 장면을 이용할 뿐이라고 보았다. 이를 미감적 이념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즉 아름다움 자체는 없고 아름다움은 아름다움을 느끼는 우리 인간들의 심적인 능력과 결합되어 있다는 것. 결국 아름다움은 인간들의 영혼이 지닌 아름다움에서 나온다고 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순수 미감적인 이념을 창조적으로 표현해 낼 줄 아는 천재에 의한 것이 예술이라는 칸트의 주장은 예술을 이미 있는 것을 모방하거나 재현하는 것으로 볼 수 없게 만든다. 이를 바탕으로 하여 등장한 예술이 넓은 의미에서의 모더니즘이다.

 

이 책은 난해 할 수 있는 서양 예술 사조의 각각 특징들을 이해하기 수월하게 제시하고 있다. 또한 서양 예술사를 100쪽 정도의 분량으로 다루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다음은 이 책의 차례이다.

 

머리글 : 예술적 상상의 블랙박스 속으로

01. 그 옛날 들소를 맨 처음 그린 자는 누구인가?

02. 원시 예술, 구상에서 추상으로 다시 극단적인 추상으로

03. 구상과 추상은 계속 예술의 역사를 수놓게 된다

04. 르네상스에 이르러 인간이 되살아나고

05. 르네상스 일점 원근법의 문제점과 바로크 미술의 탄생

06. 감정적인 낭만과 이상적인 질서의 다툼

07. 회화에서의 순간과 영원의 문제

08. 모더니즘 미술, 모방 또는 재현을 서서히 벗어나면서

  1. 모방 또는 재현이란?

  2. 사진의 위력, 이를 수용한 사실주의와 이를 넘어서는 인상주의

  3. 세잔과 입체주의

09. 본격 모더니즘, 모방 차원을 완전히 벗어나면서

  1. 피카소의 입체주의는 모방 이론을 부수고

  2. 고흐, 뭉크 그리고 표현주의

  3. 아방가르드, 곧 여러 전위예술들 : 미래파,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4. 뒤샹의 레디-메이드는 보통 물건을 모두 다 예술로 만들고

10. 후기 모더니즘과 그 극복의 과정들이 이어지는데

  1. 추상표현주의를 통한 그린버그의 모더니즘 이론

  2. 미니멀리즘의 반-모더니즘 전투

  3. 팝 아트를 간단하게

  4. 개념미술은 또 무엇인가?

마무리글 : 예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