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그의 책이 베스트 셀러였기에 읽어보지 않았어도  <나의문화유산답사기>라는 책 이름을 알 정고 있었다. 

 
 문화유산? 한국사? 역사에는 일절 관심이 없던 어린시절의 나는 그 책을 외면했고, 성인이 되어서야 그의 책을 마주하게 되었다. 

 나는 한번씩 책이 주는 기쁨에 심취할 때가 있는데 그 때는 책 사는 돈이 아깝다 생각 않고 이책 저책 주문하곤 한다. 이 책도 그렇게 만나게 되었다. 

  당시 서점 갈 시간이 없어 인터넷 서점에서 베스트 셀러들을 주문했던 기억이 난다. 책을 사고도 바로 읽지 못하고(꽤나 두께감이 있는 책이라) 다른 책들을 전전하다가 이 책을 나는 최근에 읽게 되었다. (내가 그의 책을 외면하는 동안 그는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그의 차진 문체로 총 7권의 책을 펴냈고, 나는 가장 최근의 그의 작품을 보게 된 것이다.)

 주문한 쇼핑 물품 중 하나였기 때문에 이 책을 받고도 펴 들 때까지 제주에 관한 책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돌하르방 표지가 있음에도 참 무관심했다.)
 
 이렇게 책을 마구잡이로 사고선 읽어주지 못한 책들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얼마 전 티브이 프로그램 <알쓸신잡>에서 소설가 김영하씨가 한 말에 위로를 얻었다. 책은 원래 읽으려고 사는게 아니라 사 둔 것 중에서 읽는거라는 소설가의 말에 한낱 일반인인 내가 뭐라고 읽은 책을 다 읽어야만 하는가하고 뭔가 타당한 구실은 얻은 것 같아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어찌됐든 나는 이 책을 읽기 시작했고 꽤 오랜 시간에 걸쳐 다 읽을 수 있었다. 변명하자면 책이 두껍고 무거워 이동하면서 읽기가 너무 힘들었고, 이 책을 읽기 거의 직전에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다녀온 터라 이미 다녀온 제주의 이야기가 그닥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다 읽은 지금 생각해보니 참 구차한 변명이다. 

 유홍준 작가는 이 책을 제주도 허씨들(제주도를 렌터카로 여행하는 현지인이 아닌 여행객들)을 위한 제주도의 안내서로 표현했다. 이 책을 통해 관광로서의 제주가 아닌 제주도 그 자체를 제주학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학문적, 문학적, 역사적, 생물학적 가치 등 헤어나올 수 없는 제주의 매력을 그의 혼이 쏙 빠지는 입담으로들을 수 있었다. 

 그가 설명해주는 제주의 이야기를 다 듣고나니 (책을 다 읽고나니) 지난 4월 가족여행으로 갔던 제주도 여행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다. 나는 전형적인 관광지로서의 제주를 만나고 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까멜리아힐, 우도, 몽상드애월 등 식도락이 더 중요했고, 어쩌면 sns에 업로드 해야할 예쁜 사진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아니 사실이다. 왜 나는 그의 책을 먼저 읽지 않았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