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이후로 정은궐이라는 작가에 대해 관심이 가기 시작했으며 최근 드라마의 열풍으로 꼭 읽고싶었던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시대적 배경이 조선시대라 어쩌면 지루할 것이라는 편견은 이 책의 첫장을 펼치면서부터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부터, 휴(休)지역에서 무녀 월(月)과의 만남은 이훤과 무녀 월, 이 두사람에게 과연 어떤 인연이 있어 이리 서로 애틋한지 궁금증을 자아내어 독자를 이 작품에 몰입하게 하는데 충분했으며 읽어가면서 간간히 보이는 웃음을 자아내는 언사도 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데 충분하였다. 때로는 웃다가, 때로는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는 등 등장인물 하나하나의 심리묘사가 정말 인상깊었다. 특히 운검의 월을 향한 연심은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안타까웠다고 말할 수 있다. 자신이 진심으로 마음에 품었던 여인은 끝내 자신의 여인이 될 수 없을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끝까지 지켜주고자 했던 제운. 짝사랑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던 이들은 모두 제운의 이러한 심경에 대해 공감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리고 조선의 태양인 이훤은 영민한 군주로서의 모습과 23살 또래의 한 남자로서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었다. 23살이면 성인이기는 하나 한 나라를 짊어지기에는 너무 버겁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게 한다. 실제 작품 속에서는 이훤의 이러한 심경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한창 혈기 왕성한 나이인데다가 하고싶은 것도 많을 텐데 한 나라의 군주라는 이유로 그 모든것을 참고 감내해야 하는 사람.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과 한편으로는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하였다. 그리고 첫사랑 연우를 끝까지 잊지 못하는.... '남자의 첫사랑 무덤까지 간다'라고 하는 노래 제목이 생각난다.

 양명군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태양이기는 하나 왕의 총애를 받지 못하고 자신의 절친한 벗인 허염과 제운 그리고 허연우 모두 왕의 사람이 되나 결코 자신의 동생이 주군을 미워할 수 없는 사람. 그리고 자신의 존재 자체가 왕에게는 위협이 되는 존재. 비슷한 인물로 중전인 윤보경이 있다. 왕의 사랑을 갈구하지만 얻지 못하고 자신도 달을 흉내낼 수 있기만 할 뿐 진정한 달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여인. 아버지 윤대형의 정치적 희생양이 되어버린 가련한 여인이었다.

 그 밖에 설과 허염의 이야기, 허염과 공주 민화의 이야기, 장씨 도무녀의 걸걸한 말투 모두 '해를 품은 달'이라는 작품의 빼놓을 수 없는 구성요소이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성수청이라는 곳이 실재로 존재했던 곳인지 찾아보게 되었으며 밤이 되면 하늘의 달을 올려다 보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문득 군복무 시절 경계근무를 섰던 기억이 떠오른다. 월광이었던 어느 날 밤. 달빛이 그리도 밝았었는지 처음 깨달았던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