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방대한 양을 담고 있지만 이상하게 금방 읽힌다. 인류의 문명 발전 패턴을 아주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다. 물론 저자의 이런 궁금증, 즉 왜 유럽은 고도의 문명을 발달시켜 세계를 지배했고, 반대로 그렇지 못한 문명들은 왜 그렇게 됐을까 하는 호기심 말이다. 이런 호기심들은 역사학자, 인류학자 등등 수많은 지식인들의 일반적인 질문들이었다. 최근에 출판된 시빌라이제이션 또한 바로 그런 호기심에서 출발하는 책이 아니던가. 그런데 이 책은 그런 호기심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을 모든 이들이 쉽게 받아드릴 수 있도록 써 놓았다. 분명 학술적이고 수준있는 내용이긴 하지만 그네들 끼리의 책은 결코 아닌 것이다. 왜 유럽이 근대 문명을 발달시켜 수많은 나라들을 지배할 수 있었는지, 왜 뉴기니의 원주민들을 오늘날까지도 비슷한 패턴을 유지하면서 살아가는지 그에 대한 나름의 답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 책은 당연히 역사, 사회, 문화, 인류학적 고찰, 인간의 형질, 지리학 등등 인문학적인 요소들의 총집합이라고 할 수 있다. 수준 높은 식견을 가지고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 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결코 어렵지 않다. 이 책은 그들만의 책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주장을 얘기하고 싶고, 나누고 싶어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다양한 생각을 하고 있다. 지은이의 주장에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그런 것은 별로 중요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