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라는 나라가 나 같이 독서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부러운 이유는 무한한 출판시장이라는 것에 있다. 같은 주제를 다룬 수많은 책들이 정말 부럽지 않을 수 없다. 이 책 역시 일본에게 첫번째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작품을 가지고 만화로 펴낸 것이다. 일본이라는 나라의 정수를 표현한 걸작이라고 칭송을 받았던 설국 역시 이처럼 만화로 나와 있다. 정말 주옥같은 작품들을 만화로도 제작하고 있는 것이 독특하면서도 부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아무튼 이 책은 원작의 내용에 충실하면서도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 다분히 서정적이고 인물의 내면 심리를 적절하게 잘 묘사하고 있는 원작 처럼 이 책을 펴낸 이도 이 점을 잘 살리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는 것이다. 이 글에서 나타나는 주인공의 슬픔, 외로움, 덧없음 등 마치 저자 자신이 살아온 숱한 외로움이 작중 인물을 통해 온전히 전달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그 만큼 인물 마음에 초점을 맞추어 전개하는 내용인 것이다.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그런 감정은 우리 같은 일반인들에게도 잘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어린 주인공이 갖는 섬세하고 야릇한 기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답게 심리묘사를 절묘하게 풀어내고 있는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대단해 보인다. 만화로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정말 다행스럽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