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편

 

지적 대화를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이란 무엇인가? 답부터 말하면, 그것은 내가 발 딛고 사는 ‘세계’에 대한 이해다. 세계에 대해 이해하게 되면 그때서야 세계에 발 딛고 있던 ‘나’를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깊어진 ‘나’에 대한 이해는 한층 더 깊게 ‘세계’를 이해하는 토대가 된다. 나에게 보이지 않고 숨겨졌던 세계에 대한 이해. 이것이 지적 대화의 본질이다.

 

1. 역사

원시 공산사회부터 고대 노예제 사회, 중세 봉건제 사회, 근대까지의 역사를 움직이는 핵심 개념이 ‘생산수단’이라면, 다음으로 근대부터 현대까지의 역사를 움직이는 핵심 개념은 ‘자본주의의 특성’이다.

 

원시 공산사회의 평등한 관계는 생산수단의 발생과 함께 무너진다. 고대 노예제사회에서는 토지와 영토라는 생산수단을 지배자가 독점하고, 그 독점의 정당성을 종교[神]에서 찾았다. 중세 봉건제사회가 되면 사회적 계급은 더 다양하고 복잡하게 분화된다. 국왕과 노예 사이에 성직자, 영주, 귀족, 기사, 농노가 생긴다.

 

중세 후기부터 상공업에 종사하던 부르주아(자본가계급, 시민계급, 유산계급)는 왕을 정당화하는 신을 대신해 자신들을 정당화해주는 이성을 성공적으로 세계에 입성시켰다. 또한 자신들의 정치 참여를 정당화하기 위한 이론으로 사회가 자신들의 계약에 의해 형성된 것이라는 ‘사회계약설’을 지지했다.

구권력인 왕과 영주들은 장원을 생산수단으로 소유하고, 종교로부터 지배의 정당성을 얻었다. 반면 신권력인 부르주아들은 공장과 상업을 생산수단으로 소유하고, 이성으로부터 권력의 정당성을 얻었다.

 

산업혁명이 필연적으로 자본주의를 발생시켰다. 자본주의는 공장을 기반으로 하기에, 공장의 대량생산이라는 특징이 공급과잉이라는 자본주의의 특성을 만든다. 공급과잉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수요를 확대할 수 있는 ‘시장 개척’과 ‘가격 인하’라는 두 가지 해결 방안이 확인된다.

우선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세계는 식민지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시기를 제국주의 시대라고 한다. 제국주의 시대는 독일이 뒤늦게 식민지 경쟁에 뛰어들면서 제1차 세계대전으로 발전했다. 세계대전의 표면적 원인은 오스트리아 황태자의 암살이었고, 근원적 원인은 식민지 경쟁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시장이 안정되는 듯했지만 공급과잉의 문제가 다시 발생했다. 이 문제가 폭발한 것이 경제대공황이었다. 대공황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은 뉴딜정책으로 자본주의를 수정했다. 러시아는 공산주의 혁명으로 자본주의를 폐기했다. 독일은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자 전쟁을 준비했고, 이로 인해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승전국인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세계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체제 경쟁에 들어갔는데, 이 기간을 냉전시대라 한다. 냉전시대는 경제적 침체로 소련이 해체되면서 종식된다. 냉전 이후는 자본주의가 독주하는 신자유주의 시대가 되어 오늘날에 이른다.

 

2. 경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차이는 ‘생산수단의 개인적 소유를 인정하는지의 여부’가 된다. 공산주의는 개인이 생산수단을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모두 국가가 관리하는 체제를 말한다. 반면 자본주의는 개인이 사적으로 생산수단을 소유할 수 있게 하는 체제를 말한다.

 

초기 자본주의는 시장의 자유만이 존재하는 경제체제다. 초기 자본주의는 과열 경쟁에 의한 소비위축과 공급과잉의 문제로 인해 필연적으로 경제대공황이라는 시장실패 상황을 몰고 온다.

후기 자본주의는 초기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극복하며 등장하는데, 시장의 자유를 축소하고 정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경제체제다. 수정 자본주의도 문제점을 갖고 있다. 대표적으로 하나가 경기침체와 장기불황이고, 두 번째가 불황과 함께 물가가 오르는 스테그플레이션이다.

다음으로 신자유주의는 후기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비판하며 등장하는데, 정부의 개입을 축소하고 시장의 자유를 확대하려는 경제체제다. 세금과 규제가 줄어든 신자유주의 체제에서는 어쩔 수 없이 거대 자본력이 독점적으로 산업을 이끌게 된다. 자본은 자신보다 작은 자본을 종속시키는 속성을 갖는다.

 

공산주의는 생산수단을 노동자들이 공동 소유하자는 이념이다. 생산수단을 공동 소유하려는 것은 생산수단을 개인이 독점하면 그 사람이 권력을 갖고, 타인을 지배하고 착취하기 때문이다.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를 없애기 위해서는 생산수단을 누군가 독점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생산수단이 국가에 의해 관리된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논의되는 두 경제체제는 신자유주의와 후기 자본주의이고, 이 두 체제는 정부의 개입 정도에 따라 나뉜다. 성장중심 신자유주의는 기업과 국가 경쟁력을 강화시키지만 사회적 약자를 돕기엔 부족하다. 분배중심 후기 자본주의는 사회적 약자를 도울 수 있지만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높다.

 

3. 정치

정치는 한마디로 어떤 경제체제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보수는 신자유주의를 옹호하고, 시장의 자유를 추구하며, 세금을 축소함으로써 자본가, 기업이 지지하는 입장이다. 반면 진보는 후기 자본주의를 옹호하고,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추구하며, 세금을 높임으로써 복지를 향상하려는 입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보적 견해는 노동자, 농민, 서민 등이 지지한다.

 

프랑스 국기 파랑, 흰색, 빨강 = 자유, 평등, 박애

보수당이 파란색, 진보당이 빨간색

 

한국 사회의 보수화 성향이 특정 권력층의 의도적 작용이었다고 해서 대중이 비판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교육과 매체를 이용한 권력층의 작용이 있었다고 해도, 대중의 이익이 반영되지 않는 경제체제를 끝내 유지하고 있다는 아이러니의 가장 직접적인 책임은 대중에게 있다. 대중 스스로의 비합리성에 대한 책임은 대중 스스로가 져야 한다.

 

4. 사회

개인주의는 국가나 사회보다 개인이 어떠한 식으로든 우선한다는 사상을 말한다. 반면 집단주의는 개인보다는 국가나 사회가 더 우선한다는 사상이다. 그 양극단에 이기주의와 전체주의가 있다. 전체주의는 개인이 전체의 비윤리적 행위에 눈감게 한다.

전체주의로부터 개인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서 자연권이 있다. 자연권은 개인의 권리를 위한 마지막 보루이며, 양보하기 어려운 최소한의 권리라고 할 수 있다.

미디어가 광고로 유지된다는 태생적인 특성에 기인할 때, 미디어는 필연적으로 기업과 자본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계를 가진다. 그리고 강력한 영향력과 편집의 기교를 통해 미디어가 사회를 점차 보수화한다.

 

5. 윤리

의무론은 의무와 도덕 법칙을 준수하는 것이 윤리라는 입장이고, 목적론은 행위의 결과가 이익과 행복을 창출하면 그것이 윤리라는 입장이다.

의무론적 윤리설을 대표하는 칸트는 정언명법을 통해 보편적인 도덕 법칙을 준수해야 함을 강조했다. 반면 목적론적 윤리설의 대표로서 공리주의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봅을 도덕의 원리로 규정하여, 결과적으로 행복을 창출하는 행위를 윤리적 행위로 규정했다. 이러한 공리주의는 벤담의 양적 공리주의와 , 행복의 질적 차이를 인정하는 밀의 질적 공리주의로 구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