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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이. 중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라고 한다.

아라이 연작 소설 <소년은 자란다> 색다른 잔잔한 감동과 여운이 있는 괜찮은 짧은 소설들이 13편 담겨 있다.

한국의 독자들에게, 란 제목의 머리글에서 작가의 정서와 감성이 조금 엿보였다. 그래서 더 소설읽기가 즐거워졌다. 소설을 읽다보니 1950년대부터 90년대까지 티베트의 '지촌'이라는 마을에서 생긴 크고작은 변화를 간접 경험해보는 느낌이 전해져왔다.

어느새 지촌마을이 나 어릴적 자랐던 시골동네처럼 느껴지고 그 풍경과 아이들의 놀이, 어른들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는 않는 사람사는 동네의 인심도 느껴지고 정도 느껴지고 그랬다.

마음속으로 나의 유년기를 시골에서 보냈음을 감사하면서 새삼 행복감을 느꼈다.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낼 수 있었던 것, 시골에서만 가능한 계절놀이들, 마음껏 즐기며 누빌수 있었던 강과 산이 바로 근처라는 점은 마음껏 뛰어노는 것이 제일 중요한 일과였던 아이들에겐 크나큰 축복이라고 지금도 생각한다.

처음엔 이름과 배경 종교 등이 조금 생소하게 느껴져 쉽게 공감이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읽다보니 어떤 부분에선 눈물도 나고 빙긋 웃음도 나고 차츰 몰입이 되고 있었다.

한편 한편 이야기가 끝날때마다 조금 아쉽다 싶은 적도 많았다. 작가는 묘사가 아주 뛰어나다. 직접적인 심리묘사가 아니더라도 지촌마을의 문화와 풍경 동네그림이 내 머릿속에 그려지고 사람들의 마음이 전해지는 걸 보면 굉장히 관찰과 생각을 많이 하고 어릴적 경험이 풍부하고 그 경험을 잘 살려 이야기를 만드는 재주가 있음이 느껴진다.

이 소설의 제목인 <소년은 자란다> 가 내가 꼽은 최고작품.

읽다가 눈물이 났다. 소년이 아주 어른스러워서 그리고 혼자서 아이를 낳는 그 엄마의 말에서 자식사랑이 듬뿍 묻어나서 눈물이 났다.

엄마가 출산의 고통을 겪고 있는 동안 소년도 산 속에서 고통을 겪는다. 곰을 죽인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앞표지를 보고 소년의 얼굴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책 읽기 전에 소년의 표정이 참 가슴을 파고든다. 웃지 않고 꽉다문 다부져 보이는 입매. 아이도 아닌 청년도 아닌 그야말로 소년.

곰가죽을 바닥에 깔아놓고 고기는 삶고 있다고 말해주는 엄마.

저를 낳을때도 그렇게 아팠어요?

- 훨씬 더 아팠지. 하지만 난 좋았단다 아들아.

- 한가지만은 영원히 묻지 말아야 한다.

엄마의 부탁대로 소년은 아이의 아버지가 누군인지 묻지 않는다.

그리고 그 소년은 아이의 아버지처럼 듬직한 존재가 되고 엄마에겐 남편처럼 의지할 대상이 된다.

그리고 아기가 태어나던 날 흩날리던 눈꽃송이처럼 아기의 이름을 쉐(눈)라고 짓자고 한다.

엄마도 자요. 엄마와 아기가 함께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이부분도 찡했다.

마치 남편의 명령에 복종하는 아내 같았다.

아기가 엄마를 꼭 닮아서, 마을의 다른 남자를 닮지 않아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소년. 참 어른스럽다.

엄마가 일어나려고 하자,

엄마가 일어나면 제가 아이를 낳은 것 같잖아요, 남자인 제가 말이에요.

라고 엄마를 배려하려 한다. 엄마을 위해주는 소년의 마음이 너무도 전해져서 또 코끝이 찡.

그러자 엄마는 동네 사람들이 말하는 간도 쓸개도 없는 그런 웃음을 지었다고 한다.

과연 정말로 그 웃음이 간도 쓸개도 없는 웃음이었을까, 싶은.

좋은 책을 한 권 읽은 것 같아서 아주 기분이 좋다.

지촌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소년은 자란다> 청소년들도 읽기에 참 좋은 책인 것 같다.

지촌마을이 정겹게 느껴지고 괜히 오지랖넓게 그 동네 사람들의 안부도 궁금해진다 ^^

사람이야말로 이야기의 근본이라고 말하는 소설가.

현대교육을 받았지만 그 사람들에게서 멀리 있지 않다고 말하는 작가.

중국사람들에겐 대체로 짐작이 가고 왜 읽는지 어떤 부분에 공감하는지를 예측할 수 있겠지만 한국의 독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를 염려했다는 작가의 걱정은 기우였음을 말하고 싶다.

내가 처음엔 낯설었지만 금새 친숙함을 느꼈던 것처럼 이 소설을 읽은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책,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