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적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던 이야기들의 시작은 어디였을까. 사람들을 불러모아 이야기를 들려주던 이야기꾼의 이야기는 어떤 것일까.

 

이야기꾼의 이야기를 주제로 책을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담론이 한바탕 펼쳐지는 여울물 소리는, 외세와 신문물이 들이치며 봉건적 신분 질서가 무너져가던 격변의 19세기를 배경으로 하고있다.

 

양반과 기생사이에서 태어난 연옥은 시집가기 전 연정을 품었던 이신통과 다시 인연을 맺게되나, 떠나버린 이신통의 행적을 쫓으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통신수단이 없던 시절, 걸음 하나 수소문 한마디로 이신통의 자취가 서서히 드러난다. 서얼의 서자로 태어나 벼슬을 할수는 없으나 공부한 내용을 확인해보지 않겠냐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한양길에 오르게 된 이신통은, 서일수라는 인물과 친해지면서 돈으로 관직이 매매되는 부패한 현실을 목격하고 출세의 마음을 접는다. 이야기꾼으로 명성을 얻으며 서민들에게 이야기를 읊어주던 이신통은 서일수를 도우면서 천지도 사상을 접하게 된다.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천지도 사상은 이신통의 삶의 방향을 바꾸어 버렸고, 후에 연옥 역시 천지도 사상을 접하게 되면서 이신통이 왜 자신의 곁을 떠나야만 했는지, 바꾸고자 했던 것을 무엇이었는지 이해하게 된다. 

 

부패한 정권, 신식군대와 차별을 받는 것에 불만을 품은 군인들이 일으킨 임오군란, 혼란의 틈을 이용해 조선땅에서 세력다툼을 하는 청과 일본. 그 당시의 굵직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을 한 사람의 발자취에서 모두 발견되며 대서사를 이루게 되는데, 이야기의 형태가 특이할 뿐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 속에 수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 이게 바로 이야기꾼의 이야기라는 소제목이 실감이 난다.

 

많은 역사적 사건을 담아내지만, 정인을 쫓는 여인의 이루지 못한 사랑 이야기가 테두리를 이루어서인지 이신통의 근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에는 나 역시 연옥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고 궁금했다. 마지막 부분 가까이 연옥은 이신통을 찾게 되지만, 이튿밤 뒤 이신통의 뜻을 헤아려

스스로 떠난다. 하루 이틀이 지나니 그의 옆에 머물고 싶은 마음이 새록새록 돋아났지만, 그 마음이 떡잎이 되어 펼쳐지기 전에 더 이상 그의 짐이 되지 않고 그에게 자신의 빈자리를 그대로 남겨두고 싶었다는 여인의 마음이 내 맘속에 깊이 새겨졌다.

 

다시 그녀를 찾지 않은 이신통과, 그의 아이를 낳고 후에 신통의 시신을 옮기는 연옥, 임오군란에 참여한 군인들, 사람이 하늘임을 내세우며 일어났던 동학에 참가한 사람들의 모든 이야기가 역사속에 굽이굽이 섞여들며 가슴 먹먹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늙은 뱃사공이 부르는 노랫말과 주변을 흐르는 여울물 소리가 흘렀다가 멈췄다가 험난하다가 평안해지는 우리의 인생을 부르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