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보다 창녀가 많았던 르네상스의 시대.

내용은 정치적이고 종교적인 격변기인 1527년 로마를 배경으로 한다. 눈결같이 뽀얀 피부와 태양빛에 비치면 황금빛과 타는 듯한 붉은빛이 섞인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을 가지고, 뛰어난 재치와 임기응변에 강한 조각같이 아름다운 피암메타는 로마에서 추기경의 후원을 받으며 고급 창녀로 이름을 떨쳤다.

그러나 그녀 역시 전쟁의 위험을 피하지 못하고 특유의 당당함과 아름다움으로 목숨을 부지하기는 했지만, 아름다운 머리카락이 뿌리채 뽑히고 머리에는 이마까지 내려오는 긴 상처를 입게 된다. 개종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무릎을 꿇고 기어나오듯 로마를 빠져나와 그의 하인인 난장이 부치노와 베네치아로 향한다. 책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모두 부치노의 목소리가 장식하는데, 부치노는 누구보다 피암메타를 잘 알고 있으며, 그녀를 보호하고 다시 일으키기 위해 발빠르게 행동한다. 피암메타 역시 짧은 기간 좌절하지만, 베네치아에서 치료사로 이름을 떨친 라 드라가를 만나 상처를 치료하고 가발을 마련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잠깐 시들었던 미모를 다시금 피어오르게 한다.

1권의 내용은 그들이 로마에서 쫓겨나와 베네치아로 가서 성공을 위한 재정비를 하는 이야기가 펼쳐지며,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이 그들은 성공을 하게 된다. 

교회에서 베네치아의 인기있는 창녀를 탐험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미모를 가꾸고, 성공을 위한 새로운 장소를 발견하는 등의 그들의 노력은, 비록 몸을 파는 직업이지만 천하다 생각되지 않는다. 돈을 버는 직업에 대한 의식이 높고, 또 그 과정에서 함부로 서툰 행동을 하지 않으며, 주도면밀하고 서로를 믿어주는 모습은 특히 인상 깊었다.

작가인 사라 더넌트는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티치아노가 그린 그림에서 소설의 영감을 얻어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나는 어디선가 이 그림을 본적이 있는데, 그 시대에 누드화라면 화가의 연인이나 창녀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그림에 나오는 여인 역시 옷을 입지 않고 있으며, 주변에는 시중을 드는 시녀가 있고, 팔찌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에서 그녀 역시 창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표정이 우아하고 살결이 보드라우며 적당히 살집있는 모습에 풍성한 머리카락은 결코 천한 직업을 가진 여성이 아닐 것이란 생각마저 든다.

그 시대의 창녀라는 직업을 가진 여인이 모습이 정말 이렇다면, 과연 그 당시의 그 직업이 오늘날의 같은 직업을 가진 여인들처럼 하찮고, 볼품없는 직업이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마치 오늘날의 여배우들처럼, 아름답고 살결이 고우며 우아하고 평안한 표정에 얼굴만 봐도 깊은 잠에 빠지고 싶은 그들의 모습은, 피암메타가 아름다움을 위해 노력하는 것만 보아도 그저 몸을 팔고 돈을 얻고자 하는 의미가 아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무척이나 매력적인 피암메타를 읽어나가다 보니, 그녀를 닮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녀 옆의 흉측하지만 누구보다 그녀를 사랑하는 부치노 역시 너무나 애틋한 마음이 드는 인물이었다. 아름다운 피암메타와 흉측하지만 믿음직 스러운 부치노의 성공 이후의 이야기가 많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