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접한 소설이었다.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전쟁 전 부유한 삶을 살았던 주인공의 유년시절과,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되면서 자라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였다. 그가 가장 사랑하는 친구이자 하인 하산을 구하지 못한 어린시절 사건에 대해 죄책감과 자격지심을 평생 가슴속에 묻으며 살아가다가 하산이 자신의 이복동생이라는 비밀을 알게되고, 그의 아들을 구하러 다시 위험한 아프간으로 떠나게 된다. 주인공의 입장에서 글이 전개되는데, 그래서인지 전쟁에 대한 자세한 묘사도 없고, 배경에 대한 긴 설명도 없이 소년의 눈으로, 청년의 눈으로, 한 남자의 눈으로 이야기가 펼쳐졌다. 책을 읽다보면 마치 내가 소년의 눈으로 모든 사물을 바라보는 듯 눈앞에 배경이 펼쳐지고, 한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하산은 충직하고 정의로우며 용감하고 영리한 아이였다. 바바는 그런 하산을 사랑하지만 자신이 아버지라고 이야기할 수 없어 안타까워하며 주인공에게도 사랑을 마음껏 주지 못했다. 바바는 자신의 연약한 부분을 닮은 주인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두 아이를 분명 사랑했지만 그 사랑의 색은 조금 달랐을 것 같다. 사람들이 칭찬하는 나의 모습을 닮은 아이, 사람들이 모르는 나만이 아는 나의 연약한 부분을 닮은 아이. 신이 있다면 참 잔인한 방법으로 바바에게 깨달음을 주는 것 같았다.

하산은 우리가 생각하는 정의에 가까운 인물이라면, 잦은 실수를 하고 용기가 부족한 '나'는 실제 닮아있는 우리의 모습이었다.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두려움 때문에 올바른 일에 나서지 못하고, 때로는 악한것을 보고 지나치기도 하고, 나의 이익을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배신하기도 하는 그의 행동과 마음에 공감이 갔다. 어린 하산의 아들이 그가 유년시절 겪었던 비참한 일을 겪게 되는 운명의 아이러니와, 그를 구하면서 한편으로 평생 지녀왔던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어내는 주인공의 모습은 읽는 나에게도 마음속에 무거운 돌을 내렸다 들었다 하게 했다.

이 책을 읽었다고 하자, 누군가가 물었다.

이 책이 시사하는 점이 무엇이었나요 ?

글쎄요.. 나는 사실 소설을 읽으면서 그 소설이 나에게 주는 교훈이 무엇인지 생각해본지가 오래였다. 자기계발서라면 모를까 소설은 내가 모르는 배경과 새로운 사람의 삶을 접하게 되는데, 전혀 모르는 사람에 대해 공감을 하면서 이해하는 과정에서 나는 또 다른 사람의 생각과 삶을 이해할 수 있는 포용력이 넓어지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왔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사람은 아픔을 겪고 나면 다시 겪지 않기 위해 더 용감해질 수 있다는 것이 이 소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바바는 자신의 용기없는 행동 때문에 평생 하찮은 지위로 살아야하는 하산에 대한 상처로 죽는 순간까지 주인공을 지켜주는 든든한 보호자가 되었다. 하산은 아세프로부터 성폭행을 당하는 아픔을 겪지만 누구보다 순발력이 뛰어나고 용감한 아들을 키운다. '나'는 하산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있었지만 결국 그의 아들을 구해내며, 그의 아내는 어릴적 철없는 행동으로 인한 상처를 극복하게 해준 남편을 위해 가장 현명하고 지혜로운 아내의 모습을 보여준다. 살아가면서 자의든 타의든 많은 실수와 아픔, 좌절이 있지만 살아있다면 항상 극복할 수 있는 또다른 기회가 온다. 한번, 또 한번의 기회를 겪을 때 조금씩이라도 나아진다면, 내게 주어진 삶이란 소중한 기회를 좀 더 가치있게 쓸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