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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지울 수 없는 역사의 흔적들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첫 장면은 한국 전쟁 당시 전사한 분들의 유해를 발굴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 전까지 그런 게 있었던가 하는 무지와 무관심으로 그 장면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한국 전쟁! 우리 민족 최대의 비극인 이 전쟁. 그 당시 조국을 위해 민족을 위해 산화해 가신 분들은 아직까지 우리 조국 땅에서 눈물을 흘리며 잠들어 계신 것 같다. 읽으면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다. 이 전쟁인 지나간 전쟁으로만 기억될 게 아닐진대 누구나 자신의 집안 어른 중에는 참전했던 분도 계시고, 조국을 위해 귀중한 생명을 초개와 같이 버리셨는데 이에 대해 우리는 너무나 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 당시 전사하신 분들.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거두어들이는 일에는 우린 너무나 게을리 했고 소홀히 했다는 생각이다. 이에 늦게나마 지난 2000년 한국 전쟁 당시 아직 찾지 못한 유해를 발굴하는 사업이 시작되었고, 이 사업의 최초 시작단계에서부터 발굴 현장을 통제하는 임무를 맡은 분이 이 책의 저자인 이용석 중령님이다.

저자는 잘 나가는 영관급 장교로 장군으로 이어지는 원대한 꿈을 펼치려 했지만, 뭐 명령에 살고 죽는 게 군인인지라 시작된 일인데 지금은 하고 있는 일이 너무나 다행스럽고 고맙고 할 일을 하고 있다고 믿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더불어 아직까지도 한없는 더위와 추위 속에서 전선에서 영면하고 계시지 못하는 호국영령들을 생각한다면 투덜거릴 수 없다는 저자의 말에 참 군인이라는 생각을 해 봤다.

저자는 자신의 일을 위해서 전쟁사를 연구하고 증언자 증언 내용과 제보내용 분석과 함께 남한의 주요 24개 전투 지역을 선정 우선적으로 발굴하기로 했다고 한다. 여기에 공식적인 유해발굴을 시도한 사실이 없었으니 축적된 노하우도 없는 상황이라. 궁여지책으로 장의사, 지역 문화재를 발굴 하는 곳, 대학 고고미술사학과 등을 방문하여 발굴 도구, 이장정차, 관에 수습하는 요령 등을 직접 배워 왔다고 한다. 과정에서 숱한 오해와 시행착오를 거치고, 종교적인 편향성으로 도움주기를 거부하는 일선 지휘관들의 모습들에서는 한심스러움 마저 느꼈다. 그런 편협함으로 어떻게 나라를 지킬 수 있는지. 한국 전쟁 당시 순국하신 호국 영령들은 그런 갈등이 없었겠는가. 그래도 조국에 대한 충성과 애국심으로 모든 걸 극복했는데. 그래서 저자가 이야기한 “ 이것은 종교의식이 아닌 고유한 민족 문화의식으로 존중의 의미로 누구나 절을 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답변하는 장면에서는 박수가 나왔다.

여러 우여 곡절 끝에 2000년 4월 3일 다부동 328고지 정상에서 열린 개토식. 그 뒤에서 쏟아지듯이 나온 유해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정말 눈물이 흘러내렸다. 너무나 미안하고 죄스러운 후손들이었다고. 시점을 바꿔 생각해 봐도 내 전우의 모습일 수도 ,내 형제의 모습일수도, 내 모습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 후 2002년 중순, 최초 계획 당시에는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즉 전쟁 시기 만큼만 발굴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그 때까지 발굴된 유해만 500여구가 넘었고 신원 확인 된 경우도 10여건이 될 때였다. 그때 저자는 유해 발굴 사진첩을 들고 사회문화 조정 담당관을 만나 사실을 해명하면서 지금처럼 영구 사업의 발편을 마련하게 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다시 한 번 감격의 박수! 그 뒤로 지속된 발굴 사업으로 유해 8,000여구를 발굴 하였고, 발굴단도 최초 8명에서 200여 명으로 확대되었다고 한다. 80명 이상의 신원이 확인되었고, 우리의 혈맹인 미군도 3명 신원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이런 과정들을 소상히 적고 있다. 전사자 유해발굴은 우리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숙제가 아닐까. 국가가 국민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길이고 그래서 국민들은 나라를 지키는 일에 헌신함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나라가 영속할 수 있는 발판이 되지 않을까 한다.

한국 전쟁의 참상을 다룬 이 책의 기록을 읽으면서 너무나 마음이 매여오고 눈물이 나왔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던 한 맺힌 유해들. 모두가 다 외면했던 그래서 쓸쓸히 조국 산하에 이름 없이 묻혀 있던 그 분들의 영전에 술 한 잔을 올리고 싶다. 태극기로 감싼 유해가 담긴 사진을 보면서 많은 감정들이 서로 교차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