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수의 문학상이라는 나오키상을 거부했다는 요코야마 히데오의 빛나는 추리소설 데뷔작을 읽었다. 감히, 최근에 읽은 추리소설에 최고의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작품은 1991년의 작가의 데뷔작으로 나왔지만,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가 히데오 작가가 15년 만에 전면적인 개작으로 다시 독자에게 선사한 미스터리 걸작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해의 마지막을 앞둔 12월의 어느 날, 15년 전의 사건에 대한 제보가 도착한다. 공소시효를 불과 하루 남기고 ‘루팡사건’이라는 세 명의 고등학교 남학생 3명이 연루된 고등학교 교사 살인사건을 해결하라는 지시가 떨어진다. 어느 미스터리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런 시간의 제약은 추리소설의 긴박감을 조성하는 데 있어 그 약효가 탁월하다.

신원 미상의 밀고자로부터 사건의 결정적 실마리가 되는 ‘루팡 작전’의 주인공이 수배되고, 수사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다. 일본의 중심 도쿄 경시청의 한다 하는 수사관들이 차례로 등장하면서 분초를 다투는 스릴이 창조된다. 기타, 다쓰미 그리고 다치바나라는 고등학교 문제아 세 명은 졸업을 앞두고 무언가 재밌는 일이 없을까 하고 자신들의 아지트인 ‘카페 루팡’에 모여 작당을 하던 중에, 기말고사 시험지를 빼돌리자는 대담한 모의를 한다. 그리고 작전명을 자신들이 모의한 카페의 이름을 따서 ‘루팡 작전’으로 짓는다.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루팡 작전의 전모는 이제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기타로의 입을 통해 구현된다. 경시청에서 파견된 민완 취조관 데라오의 능숙한 리드로 기타는 당시의 정황을 술술 자백한다. 한편, 고칸 서장의 관할서에서 진행되는 수사이긴 하지만 수사의 전반은 역시 형사 수사통인 미조로기 계장이 맡고 있다. 그는 딱 15년 전에 공소 시효가 만료된 3억엔 사건의 용의자 우쓰미 가즈야와의 악연을 떠올리면서 우쓰미가 공교롭게도 삼인조의 아지트 카페 루팡의 마스터였다는 점을 알게 된다.

미조로기 계장은 15년 전 학교 옥상에서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 ‘글래머’ 미네 마이코 선생 죽음이 사실은 자살이 아닌 타살이었다는 제보를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한다.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사선의 유력한 용의자를 하나씩 지워가며 수사망을 좁힌다. 동시에 루팡 삼인조가 미네 마이코 선생을 살해할 동기가 전혀 없다는 점을 밝혀낸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미네 마이코 선생을 죽였단 말인가?

<루팡의 소식>은 끝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동시에 깜짝 놀랄 증언이 이어지는 전개가 단박에 마지막 장까지 읽지 않고서는 도저히 배길 수가 없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기타, 다쓰미 그리고 다치바나 삼인조의 청소년 시절 치기 어린 장난 같은 모의가 치명적인 살인사건으로 연결되고, 그 사건에 관련된 추악한 진실들이 하나둘씩 경찰 조사를 통해 밝혀지는 과정을 히데오 작가는 능숙하게 그리고 있다.

전지적 시점에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기타로의 심리 상태 묘사나, 수사의 흐름을 주도하면서 자신의 수사관 경력의 오점으로 남아 있는 우쓰미 가즈야와의 악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미조로기 계장 의식의 흐름에 대한 서술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마지막 결말에 가서는 전후 눈부신 경제 성장으로 기존의 가치관을 대체할 새로운 가치 체계의 부재 속에 성장한 전후 세대가 경험한 일본 사회의 병리현상에 대한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도 빼놓을 수가 없다. 일종의 아노미 현상을 체험한 이들의 근원을 알 수 없는 니힐리즘이 투영되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한 때 청운의 푸른 꿈을 안고 살았을 이들을 히데오 작가는 ‘머리도 목소리도 없는 사람들의 파편’이라고 표현한 게 아닐까.

오래간만에 대단한 미스터리를 읽은 즐거움의 여운이 오래갈 것 같은 기분이다. 기분 좋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