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관심을 끌어 손에 들게 된 것이 바로 '나는 여성보다 여자가 좋다'라는 책이다. 저자는 스스로 페미니스트를 자처한다. 그러나 요즘이 페미니즘은 방향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얘기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 같은 의도를 내비친다. 사실 여자와 남자의 특징은 인정해야 한다. 아니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무조건 동등한 것이 다는 아니라는 말이다.

 

저자는 우리 말에서 그 기본을 찾는다. 어원을 조사해가며 우리가 그렇게 여자를 박대하고 함부로 여기는 문화는 아니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그러면서 밖에서 사회생활을 해야만 능력있는 여자로 인정하는 작금의 사태가 우리 사회를 여러 가지 불모의 땅으로 만들 수 있음을 지적한다.

 

이 책을 보면서 대학 시절이 생각났다.

대학교 3학년쯤이던가. 운동권에 몸담고 있던 어떤 친구가 나를 부르조아라고 몰아부치며 하던 말이 지금도 생생하다. 교육을 받았으면 생산적으로 사회 생활을 해야지 집안에서 살림만 하면 되느냐는 투의 발언이었다. 직장생활을 하면 건전하고 생산적이고, 집안에서 아이 키우고 살림하면 비생산적이라는 이분법적 잣대에 고개가 돌려지던 일이다. 그때 다른 사람의 말을 전혀 들을 생각이 없는 친구에게 말을 몇 마디 안 하고 말았었는데...

 

사실 살림을 잘 하고 아이를 잘 키워 나라의 동량으로 키워낸다면 그보다 더 보람있고 생산적인 일이 어디 있는가. 물론 그 일이 여자가 꼭 해야 하는 일은 아니고 부부 중 더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면 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결국 저자가하고 싶은 이야기는 남자와 여자가 조화롭게 서로 역할을 설정해서 하면 되지 굳이 똑같이 하려는 발상 자체가 억지스럽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서로를 돕고 부족한 것을 채워 나가려는 자세가 있을 때 사회도 건전해지고 밝아진다는 것이다. 이 말에는 동감이다. 불량주부라는 말로 남편이 주부 역할을 하는 경우를 일컫기도 하지만 '살림'이라는 말의 깊은 의미를 다시 한번 새겨볼 일이다.(4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