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1

현대 희곡의 거장 테네시 윌리엄스의 걸작

꿈과 현실, 이성과 욕망 사이를 줄타기하는 나약한 인간들의 초상

 

 

《김동인 단편선- 등신불》과 함께 대출하여 읽은 책입니다.

1947년 퓰리처상과 뉴욕 극비평가상을 수상한 희곡입니다만, 저는 사실 책을 대출하고 펼쳐 읽기 전까지는 희곡인 줄 몰랐다는. ^^;;

 

현재 e-book으로 읽고 있는 책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서문에 작가 얀 마텔은 우리가 문학작품을 읽어야 할 이유에 대해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복잡한 21세기에 깊이 생각하고 충분히 공감하는 마음을 갖기 위해서는 사실에 근거한 논픽션보다 문학이 더 절실히 필요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소설과 희곡과 시라는, 사색이 더해진 산물에서 배움을 얻지 않은 지도자라도 사람들의 문제를 처리하고 현상을 유지할 수는 있지만 국민을 진정으로 이끌 수는 없을 것이다... 세상을 이해하고 꿈꾸는 데 문학 작품만큼 좋은 것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고전문학을 읽어야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 시기적절해 보입니다.

'자아'에서 출발하여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많이 부딪히며 생각하게 되는 상황과 시기라고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침 이 작품 속에도 비록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있지는 않지만 욕망, 허영, 현실과 이상 등에 사로잡힌 인간 군상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인간들의 여러 모습들은 결국 우리 모두의 초상일 수 밖에 없겠습니다.

 

 

평온했던(?) 동생 부부의 집에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블랑시 두보아. 결국에는 정신병원으로 끌려가는 그녀의 온갖 허영과 환상, 거짓됨, 끊임없는 욕망은 그녀의 어릴 적 상처들에 대한 도피처 일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에 반해 동생의 남편 스탠리 코왈스키는 현실적인 힘의 논리로 강인한 남성의 이미지로 그녀와 끊임없이 대립합니다. 나중에는 블랑시를 겁탈함으로써 승리와 성적인 욕구를 표출해 내기도 합니다.

 

외로운 사람들, 상처 입은 사람들, 그 속에 신경과민으로 정신분열에 치닫는 사람들, 상처들을 보듬고 싸매어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문학작품을 통해 비춰볼 수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라고 생각됩니다.

 

 

 

미치: 내 말은 당신 모습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단 뜻 이오, 블랑시. 여기 불 좀 켭시다.

            (중략)

블랑시: 무엇 때문에 그러는 거죠?

미치: 당신 얼굴을 확실하고 똑똑히 보려는 거요!

            (중략)

블랑시: 사실주의는 싫어요. 나는 마법을 원해요! (미치가 웃는다) 그래요, 그래, 마법이요!

           난 사람들에게 그걸 전해주려고 했어요. 나는 사물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지 않아요.

           나는 진실을 말하지 않고 진실이어야만 하는 것을 말해요.

           그런데 그게 죄라면 달게 벌을 받겠어요! 불 켜지 말아요!

 

(미치가 스위치 쪽으로 다가간다. 마치는 불을 켜고 블랑시를 바라본다.

블랑시는 비명을 지르더니 얼굴을 가린다. 미치는 다시 불을 끈다)

 

p.131~132 중에서.

 

 

 

꾸준하게 작품화되고 공연된 영화와 연극으로도 만나 볼 수 있겠지요.

학창시절이 아니고서는 쉽게 접해지지 않는 '희곡'을 오랜만에 읽게 되니 해설과 지문이 새롭게 대가옵니다. 무대를 중심으로 한 시각의 이동과 음악의 템포와 느낌이 아주 조금은 보이고 느껴지는 듯 합니다. 아주 조금입니다만.

 

작년엔가 읽었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를 조만간 다시 읽어볼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