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y Ann Shaffer 의 첫작품이자 유작이 되어버린

’The Guernsey Literary and Potato Peel Pie Society (건지 문학과 감자껍질 파이 클럽, 2008)’ 입니다. 

 

 

 Mary는 1934년생 미국인으로 도서관 사서, 서점주인, 출판사 편집자 등 평생을 책과 함께 살아왔지만 정식 작가는 아니었습니다. 다소 평범했던 그녀의 평생 소원은 ‘누군가가 기꺼이 출판하고 싶은 책을 써보는 것’이었는데 70세가 넘은 나이에 이 책을 출간함으로 비로소 그 꿈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1976년 영국을 여행하던 중에 우연히 건지 섬 (Channel Island, Guernsey)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섬을 방문하여 그 곳의 아름다움과 역사(특히 2차 세계대전 독일치하의)에 매료되었는데, 수십년이 지나 자신이 속한 북클럽에서 그녀에게 소설을 써보라고 권유했을 때 이 섬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책을 완성하기 전 그녀는 건강이 나빠져서 작가인 조카 Annie Barrows에게 부탁했고, Annie는 기꺼이 자신이 쓰던 책을 내려놓고 이 책을 완성시켰습니다. 출간 후 이 책은 입소문만으로 빠르게 뉴욕타임즈 베스트 셀러에 올랐고, 많은 매체의 비평가로부터 찬사를 받았으며, 영화 ‘님스 아일랜드’의 프로듀서인 Paula Mazur 에게 판권이 팔려 영화화될 예정입니다.

(줄거리)

 2차 세계대전 시절, 영국의 한 출판사 Stephens & Stark 의 저널리스트인 Juliet Ashton은 전쟁 중에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기 위해 코믹하면서도 풍자적인 칼럼들을 썼고, 그 글들이 인기를 끌면서 전쟁 후 타임즈로부터 문학평론지에 실릴 글을 부탁 받게 된다. 그 소재를 찾던 중 어느 날 건지 섬(Channel island, Guernsey)에 사는 낯선 이(Dawsey Adams)로부터 편지를 받고, ‘건지 문학과 감자껍질파이 클럽’이라는 기이한 이름의 북클럽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그들에 대한 책을 쓰기 시작하면서 독일 치하 시절 건지 섬 마을 사람들의 슬프고도 멋진 일화들에 매료되기 시작하는데...

 예쁜 표지에 300페이지의 비교적 길지 않은 이 책은, 제목만 봐서는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전혀 짐작할 수가 없는데, 2차 세계대전 중 독일 치하에 있던 건지 섬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독특하게 여러 사람들이 쓴 편지들을 모아놓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글은 언뜻 보기에 전개가 매끄럽지 않게 되면서 지루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매우 흥미진진한 이야기입니다.

 희망이 없는, 어렵고 힘든 시기에 우연히 만난 ‘책’은 섬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데, 다소 무식하고 순박한 촌사람들이 좌충우돌 만들어가는 북클럽이라는 소재가 매우 기발하고 신선합니다. 이 작품은 ‘책과 전쟁’이 소재라는 면에서 마커스주작의 ‘The Book Thief’를 생각나게 하는데, 또  한번 ‘책’이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도 절망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어 줄 수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이 소설을 읽다보면 건지 섬 사람들의 유쾌하고 인각적인 유머, 전쟁과 혈연을 뛰어넘는 우정, 사람을 대하는 진실하고 친절한 따뜻함에 소름끼칠 정도로 뭉클해지는데 그러면서도 작가는 철저한 고증을 통해 역사적 개연성을 잃지 않고, 역사적 비극은 비극 그대로 제시합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 속에서 보여준 섬사람들의 용기는 더욱 더 감동적으로 다가옵니다. 편지형식의 글로 사실적 전달력이 뛰어나서, 읽다보면 문득문득 그들이 가상의 인물임을 잊어 버릴 정도이며, 배경묘사도 뛰어나서 독자들은 눈을 감으면 보일 것만 같은, 천국같이 아름다운 건지 아일랜드에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입니다.

 책내용뿐 아니라 책의 탄생과정도 감동적인 이 작품은, 평생을 책에 바친 한 평범한 여인이 온힘을 기울여 시작하고 그의 조카가 완성시킨 역작으로 책과 북클럽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놓칠수 없는 공감의 기회입니다!

   

★★★☆+  

* 별표는 순수하게 책이 얼마나 어려운 영어로 쓰여졌나를 의미합니다.  

* 책은 영국뿐 아니라 10개국에 출판 되었지만 안타깝게도 Mary는 그 출판예정은 알고 있었으나 출간되기전인  2008년 2월에 작고했습니다.

* 쉬이 이해되지 않고 혼란스러운 초반부 수십페이지만 잘넘긴다면 뒤는 crazy page-tur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