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범인(犯人)이 된 범인(凡人)!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15살 된 중학생 아들이 어린 소녀를 목졸라 죽였다. 아들은 뉘우치기는 커녕 미성년자가 저지른 범죄는 부모 책임이라며 대들고, 아들을 자수시키자는 남편의 말에 아내는 자살까지고 한다. 집에는 치매에 걸려 인지 능력이 없는 노모가 있고, 아들이 소녀를 죽인 것을 본 사람은 없다. 만약 당신이 그것을 선택해야 하는 아키오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렇게 물으면 선뜻 대답하기 어렵겠지만, 아키오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쉽게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아키오는 자신의 아들을 살리기 위해 아무것도 모르는 노모를 범인으로 만들고, 자신과 아내는 사체 유기범이 되려 한다. 노모가 걱정되기는 하지만 손자를 살리는 일이므로 노모도 이해해줄거라 자기 변명을 하는 아키오.

   『붉은 손가락』은 가가 형사가 등장하는 7편의 작품 가운데 마지막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작가가 워낙 다작을 하는 작가인지라, 아직까지는 그렇다는 말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의 특징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는 것. 특히, 가가 형사가 등장하면 그 반전의 정도가 훨씬 세다. 그래서 웬만큼 반전이 거듭돼도 이게 이 이야기의 마지막 반전이구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또 마치 내가 가가 형사와 함께 콤비로 일하는 후배 형사처럼 작가가 언급하지 않는 상황 하나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읽어내려고 한다. 왜냐하면 최후의 반전은 늘 그런 것에 숨어 있었으니까. 그래서 이제 슬슬 '가가 형사'표 반전이 지겨워질만도 한데, 한번 책을 펼쳐들면 도저히 중간에 책을 내려 놓을 수가 없다.

   비슷한 시기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惡意)』와 요시다 슈이치의 『악인(惡人)』을 함께 읽었다.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은 내면 깊숙한 곳에 어떤 악의를 품고 있으며 그 악의를 품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악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붉은 손가락』에서는 평범한 사람(凡人)이 어떻게 범인(犯人)이 돼가는지를 보여준다. 그저 평범한 가족이었기 때문에 관할 형사조차 별다른 의심을 품지 않았던 그들, 하지만 그들은 해서는 안될 선택을 하고야 만다.

   보통 '붉은 손가락'이라고 하면 피 묻은 손가락을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이 소설에서 '붉은 손가락'은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다. 영화 《공공의 적》에서 아들의 죄를 감싸주려했던 어머니가 너무 인상적이었던 탓인지, '붉은 손가락'이라는 트릭을 사용한 어머니의 마음은 언뜻 이해되지 않았다. 그동안 우리가 자식에게는 무조건적으로 희생적인 어머니를 너무 많이 보아온 탓이리라. '붉은 손가락'의 어머니는 자식이 더 큰 잘못을 저지르고 평생 후회하며 사는 일이 없길 바랐던 것이다.

   슬프지는 않았다. 다만, 아키오가 어떤 선택을 할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는 것이 씁쓸할 뿐이다.

   가가 형사가 처음 등장하는 『졸업』에서는 학생 가가가 등장해 사건을 해결하고 그런 것에 남다른 재능이 있음을 발견하게 되고, 『악의』에서는 교사였던 가가가 어떤 이유로 형사가 됐는지 알 수 있다. 『붉은 손가락』에서는 가가 형사의 집안 이야기가 소개된다. 가가 형사의 개인적인 이야기에도 관심이 있다면,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10-055. 『붉은 손가락』 2010/06/24 by 뒷북소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