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집 ‘코’나 장편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침저어’를 통해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뚜렷이 보여준 소네 케이스케가

트릭의 묘미, 미래사회의 비극, 식인의 공포 등을 다룬 단 세 편의 중단편을 통해

독자들을 서늘하고 아찔한 세계로 몰아넣는, 짧지만 임팩트는 엄청 강한 작품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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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열대야

야쿠자에 의해 감금된 채 살인과 강간의 위협을 받는 ‘나’와 토도, 미스즈 부부,

인적 없는 야간도로에서 사람을 치곤 그의 돈을 훔치려는 간호사,

커터칼로 여자들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쫓기는 연쇄살인마 타마짱 등

상황은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고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끈적끈적한 위기 속에 놓입니다.

독자를 들었다, 놨다 하는 다양한 트릭이 숨어있는 잘 짜인 단편입니다.

 

② 결국에...

2030년대 후반, 가난한 나라로 전락한 채 동중국해에서 큰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일본...

고령화 사회가 극에 달한 나머지 정부는 고령자를 전쟁터로 내보내는 정책을 강행합니다.

이에 반발하는 경로(敬老)주의 과격단체 ‘연합은군’은 테러를 통해 반정부 활동을 펴고 있고,

‘푸른 여단’이라는 과격단체를 앞세운 反노인세력 ‘청’은 무차별로 노인들을 습격, 살해하면서

일본은 세대 간에 내전에 가까운 전쟁을 벌이는 중입니다.

군국주의와 전체주의에 대한 냉소, 고령화가 가져올 암울한 미래에 대한 경고 등

비현실적인 설정이지만 극단적인 현실감을 남기는 작품입니다.

특히 마지막 몇 줄의 반전은 소름이 돋을 정도의 충격을 전해줍니다.

 

③ 마지막 변명

단편집 ‘코’의 공포가 맛보기 정도였다면, 단편과 중편의 중간쯤 되는 분량의 ‘마지막 변명’은

소네 케이스케 식 공포와 호러의 메인 코스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소생자(이를테면 좀비)의 식인을 소재로 했지만, 단순히 말초적인 수준의 공포를 넘어

인류와 사회의 파멸이라는 거대한 테마를 사실감 있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 내뱉는 ‘마지막 변명’에서는

공포와 서글픔을 함께 맛보게 되는 아이러니함까지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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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들을 통해 그의 팬이 됐기에, 나름 큰 기대를 갖고 첫 페이지를 열었고,

읽는 동안은 물론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다양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트릭이 등장하는 ‘열대야’는 짧고 스피디한 단편의 전형적인 매력이 물씬 풍겼지만,

‘결국에...’와 ‘마지막 변명’은 암울한 미래와 극단적인 공포심을 생생히 느낄 수 있는

소네 케이스케만의 상상력과 필력이 압권인 작품들이었습니다.

‘열대야’가 에도가와 란포 상 수상자로서의 능력을 재차 보여줬다면,

‘결국에...’와 ‘마지막 변명’은 왜 소네 케이스케가 일본 호러소설대상 단편상까지

한꺼번에 휩쓸었던 작가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들입니다.

 

단순히 설정의 힘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소네 케이스케는 개연성 있는 줄거리와 쉴 새 없이 전환되는 국면들,

그리고, 그 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과거와 현재를 촘촘하고 사실감 있게 묘사함으로써

‘남의 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 내가 겪고 있는 현실처럼 느끼게 해줍니다.

명백한 허구이지만, 명백한 현실처럼 피부에 와 닿는 공포심은

왜 소네 케이스케에게 열광할 수밖에 없는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줍니다.

 

반전과 트릭이 온 사방에 산재해있고,

상세한 서평은 스포일러가 될 수밖에 없는 처지라 더 자세한 이야기는 언급하기 어렵지만,

‘극단적인 새로움’을 원하는 독자라면 별 다섯 개도 부족하게 여겨질 만큼

만족스러운 책읽기가 될 것이라는 점만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서평을 마무리할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