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향해 손을 내밀고 내가 곁에 있으니 괜찮다고 말을 거는 순간에,

그는 다른 사람에게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된다. 처음부터 듬직한 인간은 없다.

처음부터 힘있는 인간은 없다. 누구든 상대를 받아들일 결심을 하는 군간에

그런 인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2부, 365Ρ에서

 

*

처음부터 잘난 사람도 처음부터 힘있는 사람도

처음부터 뛰어난 사람도 처음부터 완성된 인간은 없다.

그건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자아, 이제 손을 내밀어 주세요. 말을 걸어 주세요. 내 곁에 와 그런 사람이 되어 주세요.

자아, 이제 곁에 서서 내가 손을 내밀고 말을 걸어 당신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 줄게요.

 

미야베 미유키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모방범>. 두께가 꽤 두꺼운 소설이 세 권이나 된다.

 <모방범>은 5년 동안 잡지에 연재한 6000매를 넘기는 긴 소설이다. 그런데도 이야기를 쉼없이

읽게 만드는 힘이 느껴진다. 그것이 작가의 힘이고 역량일 것이다. 여성연쇄살인을 저지르는

극악한 두 명의 범인과 그 범인과 사건을 통해 사회의 어두운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뉴스를 보면 살인이나 강도 폭력 같은 잔인한 뉴스들이 사건으로 치부되어 몇 줄 소개로 넘어가

버리지만 그 사건 하나 하나에는 분명 인간들의 악의와 헤어나지 못하는 마음 속 어둠과 벗어버리지

못하는 문제들이 얽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사건들마다 희생당한 피해자들이 있을 것이고

그 피해자의 가족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피해자도 가해자도 잊은 채 그저 이런 사건이

일어났다는 모호한 몇 줄로 그 사건을 접하고 또 잊어버린다.

자신이 그런 사건의 피해자도 가해자도 아니란 사실에 안심하면서....

 책을 읽으면서 하나의 '사건' 속에 얽힌 경찰들과 메스컴 범인과 피해자 그리고 가해자 가족과

피해자 가족들 그들을 둘러싼 사회와 사람들의 일면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가해자는 한 사람을

죽이는 것과 동시에 그 가족들도 함께 파괴한다는 것, 수많은 조사와 조사와 조사를 해 나가며 범인의

실수를 찾아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경찰들, 사건을 어떤 시선에서 어떤 마음으로 접하고 글을

써 나갈 것인지 방황하는 관찰자인 저널리스트, 범인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매장을 당해야 하는 일들과 그리고 그런 사람들까지 이용해 사기를 쳐먹는 인간들까지....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도 일어나고 있는 그런 사건을 둘러싼 다양한 인간들의 다양한 시선과

상처가 드러난 이야기였다. 미야베 미유키의 역량이 어떤 것인지 작가가 말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삶의 절망과 희망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는 이야기였다.

 긴 이야기를 읽으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피해자의 가족이면서도 냉철하고 꿋꿋한

요시오 할아버지였다. 삶의 연륜이 느껴지는 멋진 어른이면서, 그러나 상처를 가진 나약한 인간이기도

한 그 분의 그 모습이 바로 작가가 보여주고 알려주고싶은 희망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미야베 미유키의 대표작, 범죄를 통해 드러나는 사회의 빛과 그림자를 그려낸,

길지만 결코 길지 않은 이야기 <모방범>이다.

- 다락방서 허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