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기자 두개의 눈으로 바라 본 김철중의 메디컬 소시올로지

 

누구나 환자가 되어 죽는다. 

대한민국 사람 99% 이상은 잉태되는 순간 산부인과 환자로 시작해 소아과 환자,

영안실 장례문화가 보편화된 요즘에는 죽는 순간에도 환자가 되어 이승을 마감한다.

3분진료에 분노하면서도 한적한 병원에는 발걸음을 두지 않는다.

고액의 진료비를 비난하면서 최첨잔 의료장비로 무장한 대형병원에서 방황한다.

저자는 이런 충돌과 모순의 현장을 의사 출신 기자로서 바라보았다.

 

냉장고를 열면 암이 보인다.

우리는 지금 3명 중 한명이 암에 걸리는 시대를 살고 있다.  바야흐로 암 동거 시대다.

짜고 삭히고 절임 음식을 먹던 '전통 한국인'에게는 위암이 많고, 그들이 미국 이민가서 낳은 2세대들은 지방질 과잉 섭취로 대장암에 많이 걸린다고 한다.

민족적 체질보다 우선인 것이 바로 음식이다.

그런 음식들이 한 곳에 모여 있는 곳 바로 냉장고 되겠다.

냉장고 안이 고기, 버터, 베이컨 등 고지방 음식들로 채워져 있다면 이는 '대장암, 심장병 냉장고' 

젓갈, 장아찌, 절인 생선이 가득하면 '위암, 고혈압 냉장고'

청량음료, 초콜릿, 아이스크림이  가득하면 '소아비만 냉장고'

신선한 야채와 과일, 요구르트, 두부, 콩음식이 가득하면 '항암 냉장고'이다.

내 냉장고를 들여다 보곤 뜨끔한 구석이 많았다.  

위암 냉장고, 대장암 냉장고, 항암 냉장고

어떤 음식으로 어떻게 냉장고를 채울지는 순전히 우리의 선택이다.

 

요즘 우리 참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

하지만 문명이 스마트 해질수록 현대인의 뇌는 퇴화하고 있다.

얼마전 동네에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다.

아저씨 두명이 같이 산에 갔는데 서로 다른 길로 올라갔다고 한다.

3시에 주차장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사람이 나오지 않아

경찰서며, 소방서며 오만 곳에 신고를 했는데도 아저씨를 찾지 못했다.

아저씨 가족은 초조하게 애만 태웠다.

해가지고 날이 어둑해 지는데 현관문이 벌컥 열리며 아저씨가 뚜벅 뚜벅 걸어들어왔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귀신인가 할 정도 였다고 한다.

전화라도 한통 해주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산에서 핸드폰을 잃어버렸단다.

그럼 다른 사람 아무나 핸드폰 좀 빌리면 되지 싶었는데

세상에 번호를 하나도 모른단다.

어떻게 아내 전화번호도 모를수가 있나 했는데

뭐 요즘 세상에 가족 전화번호, 심지어 자기 전화번호 모르는 분도 태반일 것이다.

최근 설문에 보니 요즘 사람들이 가장 걸리기 싫어하는 병이 바로 '치매'라고 한다.

치매가 암보다 무서운 병이 되었건만, 세상은 치매 걸리기 딱 좋게 점점 더 스마트 해진다.

암기와 연산훈련, 새로운 학습과 배움을 끊임없이 실천한 사람일수록 치매에 적게 걸린다.

설사 치매가 오더라도 더디게 오고, 약하게 앓게 된다.

 

 

의학과 그것으로 본 사회학, 그야말로 메디컬 소시올로지를 적고 있다.

무척 신선했고, 흥미롭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