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나온 구절은 그대로 이 책을 읽는 사람에게 적용된다.

	어쨋거나 그들에게는 아이팟이 있었다. 아이팟은 그들로 하여금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작은 휠을 돌려가며 음악을 제어하고 관리하는 것처럼 삶은 통제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래, 예쁜 아이야. 이 세상은 누군가 디자인해주기를 기다리는 거대한 하나의 재생목록이자 용감하고 새로운 티보 세상이란다. 네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언제, 어디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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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의 중요한 단서를 드러내는 부분도 아니고, 그냥 지나쳐 갈 수 있는 부분이지만
 요즘 이와 비슷한 충동을 몇번 느꼈다.
 예를 들면 라디오를 듣다가 좋아하지 않는 노래가 나오면 버튼 하나로 다음 노래로 건너 뛸 수 있다는 충동처럼 말이다.

 이 책을 읽다가도 찔끔찔끔 나오는 단서들이 답답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대부분 진실은 한꺼번에 드러나는게 아니지 않은가.
 모든 진실을 쥐고 있다면 파악하기도 쉽고 결정내리기도 쉽겠지만,
 사람들은 부분의 진실만을 하나씩 갖고 있고,
 자기가 갖고 있는 것이 전체의 진실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간다.
 더군다나 타인에게 자신의 '소중한 진실'을 내보이고 싶어하지 않지만 자신의 생각만은 주장하고 싶어하기에 갈등도 일어난다.

 이 책의 줄거리도 이와 비슷하다.
 거짓말을 한 사람은 진실을 말하는 것을 더 두려워한다.
 거짓 안에서는 안전하지만 가끔 말하는 진실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아마도 거짓은 자신이 통제 가능한 것이지만 진실은 자신을 떠나서 존재하기 때문인듯 하다.
 
 각 장마다 다른 화자가 나타나면서 약간의 사실을 말해주는 과정은 마치 '내가 죽어 누워있을 때'의 진행 방식을 보는 느낌이다.
 안전하고 통제하고 싶은 욕구가 가끔 우리를 지연시킬 때도 있지만,
 그보다 진실은 그 자체로 우리를 편안하고 마음놓이게 한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드러내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