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상품군에서 독보적인 판매량을 보이는 상품의 경우 때로는 그 상품군 전체를 대표하는, 브랜드가 그 상품군과 동일시되는 경우가 종종있다. 최근 문학작품 중에도 그런 경우가 있는데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이 바로 그러하다.

여성의 인권이 높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대한민국의 성평등지수는 낮은 수준이며 이는 일상의 거의 모든 곳에서 여성이라면 느낄 수 있는 사실이다. 특히 결혼과 육아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한데 예전과 달리 남녀가 다르지 않은 교육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결혼과 육아에서만큼은 그대로 머물러 있으면서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여성이 증가하는 것이다.

여성을 혐오하는 단어도 심심찮게 볼 수 있고 이것이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그런 가운데 만난 『현남 오빠에게』는 페니미즘 소설로 각기 다른 일곱 편의 단편을 모아놓은 책이나 특이할 점이라고 하면 30~40대의 한국 여성 작가들이 쓴 작품이라는 것 이외에도 페미니즘을 테마로 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일상에서 성차별이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자행되고 그래서 이에 대해 옳지 않음을 주장하면 드세다느니, 여자답지 않다느니로 마치 그 문제를 여성 개인의 문제로 돌리려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면 우리 사회의 인식을 보게 되는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특히나 오래 세월 남성이 권력구도의 최상위에 있으면서, 가정은 물론 사회에서 여자이기 때문에 어떠해야 한다고 세뇌당하다시피 살아 온 여성들은 은연중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인식에 깊숙이 파고들어 스스로도 그것이 문제인지를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겠구나, 이것이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는것부터 해야겠구나 싶은 생각도 드는데 이런 생각들은 표제작이기도 한 「현남 오빠에게」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대학 입학 후부터 사귄 남자친구이자 결혼을 하자고 말하는 현남 오빠에게 왜 결혼을 하지 않기로 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이야기하는 '나'의 말속에는 너무나 일상적인, 그래서 이것이 문제인지도 인식하지 못했을수도 있지만 엄연히 여자이기에 겪어야 했던 불편과 폭력을 담담히 그려내서 속시원하기 보다는 오히려 너무 현실적인 모습에 가슴이 답답해지도 했다.

이외에도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현실이나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강력범죄를 암시하는 듯한 이야기 등도 그저 허구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을 순화해서 보여주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여서 읽고 난 이후에도 개운함보다는 어딘가 모르게 기분이 가라앉는 기분이다.

그렇다고해서 읽지 말아야지의 소설이 아니라 여전한 현실, 쉽게 달라질것 같지 않은 현실이 주는 답답함의 무게가 참 그게 와닿아서 이 책은 여성이 아니라 남성들이 읽어야 하지 않을까? 여성들에게는 어쩌면 일상에서 느끼는 불편함과 폭력, 답답함일 수도 있고 범죄 노출에 대한 불안일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