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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나는 거대한 담론을 중시하고,

나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일은 등한시하던 류의 생각을 갖고 살았다.

그러나 살아갈수록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개개인의 삶의 아픔이 별개가 아니라

뗄 레야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요즘은 오히려 사람의 냄새가 나지 않는

지극히 이상적인 글에서는 아무런 매력을 못 느낀다.

'오인숙'이라는 이름은 나에게 단 한 권의 책 이름과 함께

깊이 각인되어 있는 작가이다.

창세기의 인물들의 심리를 마치 오늘날 나와 함께 사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끼게 해 주었던

<크리스천 청년에게 주는 인생 50훈>(1998)이 바로 그 책이다.

성경과 심리에 대한 풍성한 지식이

부드러운 내러티브 형식으로

깊은 생각과 공감을 유도하는 놀라운 글이었다.

잊고 있었던 그 작가의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이 너무나 기뻤으나,

우선순위에서 밀려 두 달 가까이 지난 오늘에서야 읽었다.

힐링 서적을 떠올리게 하는 제목 만으로 이 책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면,

불과 몇 장 넘기지 않아 작가의

만만치 않은 내공이 감지되어 미안한 마음이 들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의 오랜 경험과 인간 이해는

교육학, 심리학, 그리고 신학의 깊은 지식과 함께 어우러져서

저절로 감탄이 나오는 명문을 이룬다.

나 또한 그저 가볍게 읽으려다가 어느덧 열심히 줄 치고,

형광펜으로 덧칠하며, 그것도 모자라서 태그까지 붙이게 되었다.

어떻게 수 천년 전의 성경 인물들이

마치 지금 나와 함께 사는 사람처럼 느껴지도록 글을 쓸 수 있을까?

참 부러운 글솜씨이다.

책을 덮으면서 '소리엘 1집' 의 "전부" 라는 찬송이 떠올랐다.

'내 감은 눈 안에 이미 들어와 계신 예수님
나 보다 앞서 나를 찾아 주시네...'

성경의 인물들은 바로 주님과 함께 함으로 위로 받고 나음 받는다.

책을 통해 얻은 엄청난 감동과 지식을 제대로 전하지도 못하는

한심스런 이 서평 만으로 평가절하 되지 않았으면 바래본다.

2013년을 마무리 할 즈음 나에게 벼락처럼 내려진 축복같은 책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