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i아이	2013.9.03
욕심 한 보따리 웃음 한 보따리 돈 이야기 박여란 글/이규옥 그림

돈이란……

현대의 화폐는 신용카드나 전자지갑처럼 네모나기도 하고 형태가 매우 다양하지만 옛날의 화폐는 동그런 엽전이다. 가운데 구멍을 뚫어 실로 꿰어서 가지고 다니기도 하고 보관에 맞게 만들어 졌지만 한곳에 축적하고 보관하는 의미가 아니라 사람들의 손에 돌고 돌면서 유용하게 쓰이기 위해서가 아닐까?

그림 곳곳에 옛날 돈 엽전이 그려져 있고 돈과 관련된 7편의 옛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옛 사람들의 인식

이 책에 나오는 부자들을 대부분 인색하며 돈에 대한 욕심이 많고 남을 속이려 든다. 오늘날의 부자들이 다 이렇게 부당하게 남의 돈을 취하려고 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다.

돈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돈에 대한 집착도 많고 돈을 많이 모을수록 인색해진다. 그렇기에 부자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부지이면서 동시에 남을 돕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엔 정말 돈에 대한 집착이 심하고 인색한 부자들을 만나게 된다.

반면 물질적인 욕심이 없으면 좀처럼 집착하지 않으니 부자가 되긴 어렵다. 가난한 사람들이 다 착하거나 남을 잘 돕는 건 아니지만 돈을 많은 부자가 남을 돕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더불어 사는 작은 공동체에서 혼자 잘살며 인색한 사람들에 대해 옛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다.

훈훈한 감동과 지혜 보따리도 함께 얻을 수 있다.

첫 번째 이야기인 [돌고 도는 돈]은 참 감동적이다. 500냥이나 큰 돈을 주웠는데 주인을 찾아주는 노인도 그렇고 아들이 힘들게 벌어 준 500냥을 물에 빠진 총각의 목숨 값으로 내주는 주인공의 모습에 나는 과연 그럴 수 있을지 자문해 봐도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사람 목숨보다 귀한 것은 없다고 해도 내 가족이 아닌 생전 처음 보는 타인을 위해 500냥을 쾌척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주인공인 아버지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큰 돈을 아무 대가 없이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돈을 통해 타인과의 좋은 인연을 만나면서 사람에 대한 신뢰와 정을 느낄 수 있었다.

[냄새 맡은 값]에선 생선 냄새를 맡았다고 생선 값의 반을 내라는 억지를 부리는 부자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농부가 나온다. 마음씨가 착하고 선해도 남을 속이려고 작정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당하기 쉬운데 아들이 지혜를 발휘해서 아이들에게 재미와 교훈을 줄 수 있었다.

김선달이 봉이 김선달이 된 사연

대동강 물을 팔아 먹은 봉이 김선달 이름자 앞에 봉이가 붙는지 그 기원을 알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어리석고 순박한 사람들을 속여 비싸게 파는 닭장수를 시원하게 벌을 주며 10배의 이득을 챙기는 경제달인 김선달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만날 수 있다.

감상

옛날 사람들의 입으로 전해 내려온 옛 이야기는 여러 번 읽고 들어도 참 재미있다.

‘엄마! 아는 이야기야’하면서도 반복해서 읽고 듣는다. 사람들의 입으로 전해진 전래이야기는 재미있고 가치 있는 내용들이 전해지며 화자의 문화적 특색에 따라 기본 구성은 같아도 조금씩 등장인물이나 내용들이 차이가 있기 때문인가 보다. 이야기 한편이 끝나면 그 이야기에 맞는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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