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날들	2013.8.0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못한 우리 역사 원유상

나의 역사 상식은 형편없다. 학창시절에 입시를 위해 무작정 외웠던 역사지식이 전부고 그 이후론 자주 접하지 못해서이기도 하고 왜곡되고 정리 안된 근 현대사에서 표류하여 눈감고 살아왔다가 정답이다. 통사중심과 왕조중심의 역사는 솔직히 재미가 없다. 부모세대의 이야기도 별 관심 없는 아이들이 이 500년이전 혹은 기원전의 이야기에 무슨 관심을 갖겠는가? 무의미하게 달달 외우면 비슷비슷한 낯선 용어들에 기억이 뒤죽박죽 되면서 역사에 대한 흥미가 뚝 떨어지는데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못한 우리 역사]는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를 풍부하게 접근하고 있다.

삼국사기의 사기가 사람이름이라니……

김부식이 쓴 [삼국사기]는 삼국의 역사기록인데 사기란 인물이 존재했고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사기란 인물은 왕이 타는 말의 발굽을 상하게 해서 목숨이 위태로워 적국인 고구려로 도망갈 정도로 왕의 충성도가 떨어지는 인물처럼 보이는데 고구려엔 백제의 군사정보를 백제엔 고구려에 군사정보를 주며 생존한 영악한 인물같다.

자신의 생존을 위해 이중스파이처럼 적국과 고국을 왔다갔다한 그를 백제의 충직한 인물로 보기엔 정보도 부족하지만 아주 뛰어나게 영리했던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사기 때문에 패한 고구려는 100년 후 똑같이 스파이를 이용해 백제를 토벌한다.

삼국사기의 몇 줄로 기록된 역사적 사건을 재구성하여 당시의 백제와 고구려의 관계와 전쟁이야기를 사기라는 인물로 흥미롭게 그려나가고 있다.

삼국시대는 오늘날의 국제외교술처럼 국익을 위해 적국과 동맹을 맺기도 하고 우방국과의 동맹을 깨기도 하며 그 옛날부터 이중스파이처럼 활동하던 이들이 있었다는 사살에 놀라게 된다.

실패해서 역사 속에서 축소되거나 왜곡된 의자왕, 신라의 실성왕, 정도전의 숨은 이야기들을 새롭게 만나게 된다.

반전의 이야기를 통해 문화의 유래 및 배경과 용어들을 새롭게 배운다

안동소주, 설렁탕의 기원과 유래와 관련된 정설과 식민지 시대 역사학자들의 정체성 및 주권회복을 위해 정립한 단일 민족의 민족사관이라는 시대적 필요에 생겨난 역사관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며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의 일환인 천주교 탄압은 국내 정치 명분 및 대외 국제적 배경에서 나온 것임을 새롭게 배우게 된다. 또한 늑약과 조약의 차이, 합방과 병합, 병탄 등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의미들을 별 의미 없이 사용했다면 이 책을 통해 그 의미들을 제대로 구별할 수 있다.

창경궁이 창경원이 된 가슴 아픈 역사적 배경과 조선총독부의 현대에 철거된 사연들을 통해 식민지의 잔재들과 망령들이 아직도 잡음을 일으키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감상

기존의 역사기록물에 씌어진 역사에 의문을 던지고 마치 내가 탐정이 된 기분으로 역사적 사건들을 파헤치고 있는 기분이 든다. 그만큼 흥미롭고 재미있다.

읽다 보면 화가 나기도 한다. 왕권을 둘러싼 지독한 내부 권력투쟁들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자기 이권만 챙기는 관료들로 백성들이 얼마나 고달팠을까?

저자는 몽고나 거란, 왜구의 침략만을 비극적인 역사로 생각하지만 왕권을 둘러싼 권력 다툼과 자기 세력의 확장만을 생각한 관료들은 백성을 잡아먹는 호랑이보다 못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학생들은 파벌과 권력다툼의 왕조의 역사들을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백성과 민중이 쏙 빠진 역대 왕조의 이야기가 천년 만년 이어가는 게 무슨 대수인가?

백성의 이야기가 누락된 역사는 절반의 역사라 한계가 있어 아쉽다.

아니 실망스럽다. 역사적 정보에 사연과 스토리를 담아내 문맥 사이에 숨은 비화들을 끄집어 내어 재미있고 흥미롭게 전개하고 있다.

학교나 교과서에는 알 수 없는 뒷이야기나 역사적 진실의 이면들을 살펴볼 수 있으면서도 국사를 어려워했던 아이들도 이 책을 통해 학교에서 배운 국사들을 제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오늘날의 문화와 정서로 접근하여 역사를 친근하게 다루며 축소되거나 다루지 않는 이야기를 통해서 고조선부터 일제시대까지 교과서에서 다루지 않는 숨은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의 역사들을 훑어 볼 수 있었다.

학교에서가르쳐주지못한우리역사, 좋은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