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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음의 서재, 책 제목 참 예쁘다. 서재는 따뜻한 공간이니 마음 속 서재도 따뜻하겠지? 사진과 글이 예쁘게 적혀있는 따뜻한 책이다. 작가는 정여울.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글로 타인의 아픔을 위무하는 사람이라는 프로필이 적혀있다. 문학평론가이자 인문학 저자. 그녀는 참 야무지고 대단한 사람인 듯 하다. 이 책은 2013년 2월에 발행된 <마음의 서재>의 개정판이라고 한다. 표지에는 본인이 원하는 사진을 넣게 되어 있는데 마음의 서재에 걸맞게 <동백꽃잎이 떨어진 우물>을 넣었다. 나만의 책이 된 것 같아 이 책에 더욱 손이 간다. 아울러 이 책은 제 3회 전숙희 문학상 수상작이다. 한국 수필가로 유명한 전숙희. 그 분의 뒤를 이어 정여울이라는 수필가가 탄생했다. 짧고 단아한 문체의 힘을 칭찬한다. 아울러 문학 이외에 음악, 미술, 영화의 해박한 지식을 활용함에 있어서 탁월함을 보이고 있다. 그녀의 지적 세계가 부럽다. 조금씩 시간 날 때마다 책상에 두고 읽고 있다. <마음의 서재> 속으로 푸욱 빠지고 싶다.

#2. 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데 그렇지 못하다며 자책하는 것. 그러한 슈퍼맘은 세상에 없는데 다들 훌륭한 엄마가 되고 싶어한다. 아이란 자고로 청개구리가 되어야 한다는 정여울 작가의 말에 새로운 각도로 생각하게 된다. 주어진 질문이 아니라 새로운 질문에 온몸을 던지는 것이야 말로 교육의 힘이 아닐까. 나도 동의한다. 훌륭한 엄마란 아무리 곤란한 질문을 해도 그 때마다 최선을 다해 더 나은 대답을 들려주려고 하는 것을 말한다는 것.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뜬구름 잡는 것도 오히려 좋다는 것인데 내 방식대로 아이를 가르치려 했던 모습에 반성한다. 어떤 순간에도 "왜?"를 묻는 배짱. 그것이야 말로 최고의 청개구리를 의미한다. 아이란 자고로 청개구리어야 한다는 점. 정여울 작가의 필력에 다시금 감탄하게 된다.

#3. 행복한 사람은 숨을 곳이 많은 사람. 나는 어디가서 내 직업이 교사라고 절대 말하지 않는다. 하나의 습관이 되었달까. 푸코의 [감시와 처벌]에서 말하는 "우리를 고백하게 만드는" 권력의 메커니즘이 무섭기만 하다. 내가 누군지를 알리면 선입견과 편견이 생기게 마련이다. 보이는 자와 바라보는 자의 공격. 나는 그런 공격이 싫다. 그래서 자꾸 숨으려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공격에 맞서 싸울 힘이 없을지도. 정말 슬픈 현실이 되었다. 아울러 정여울 작사는 행복한 사람이란 숨을 곳이 많다고 정의내린다. 숨을 곳 없는 사회, 이미 모든게 유출되어버린 사회(카드 신상 정보 유출)...푸코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내가 누구인지 묻지 말라.

나에게 거기 그렇게 머물러 있으라고 요구하지 말라.

이것이 나의 도덕이다. 이것이 내 신분증명서의 원칙이다. -푸코-

#4. 나무에도 결이 있듯이 마음에도 결이 있다. 이 책은 마음의 결을 헤아려준다. 문장 하나에 의미가 있기에 소중하다. 우리말의 새로운 발견이랄까. 우리와 그들, 다르다와 틀리다, 아름답다와 아릅답지 않다 등의 표현을 보며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말들에 대한 작가의 서술 방식이 마음에 든다. 아프리카 인디언의 유물을 전시해 놓은 전시품을 보며 ‘아름답지 않다’고 느끼고,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는 놀라움과 감탄사를 연발했다는 저자의 경험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겉은 노랗고 속은 하얀 바나나’처럼 행동했기에 부끄러웠다. 아울러 데리다의 ‘무조건적 환대’ 개념을 소개한다. 무조건적 환대란 당신이 타자, 새로운 사람, 손님에게 어떤 답례도 요구하지 않고 느닷없는 침입에 대해 완전히 마음을 개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이 책은 일상의 이야기를 인문학적 개념을 소개하며 대입시키는 서술방식을 보여준다.

#5. 정여울 작가의 <마음의 서재>는 사랑, 삶, 아픔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쉽고 재미있게 다루고 있다. 삶이란 그리 녹록치 않은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다시금 이러한 문장으로 만났을 때 삶의 심오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새로운 지식을 접하게 되는 시간들, 그러면서 내 마음의 결을 헤아려주는 문장들, 참 좋은 책을 만나서 기분이 좋다. 너무나 방대한 지식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분들, 더 깊고 신중한 생각을 하고 싶은 지인들에게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