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머리 N

포털에서 종종 보던 페이지였는데 책으로 보이길래 냉큼 완독.

내가 좋아하는 빨간머리 앤, 책도 애니도 다 좋아했다.

한 때 나의 별명도 빨간머리 앤이었다. 한때가 아니라 꽤 오랜시간 들은 말이었다.

도대체 나의 어떤 점이 빨간머리 앤 같다는 것이었을까가 문득 궁금해진다.

주근깨가 가득한 얼굴? 못생겼는데 한껏 웃는 얼굴 표정?

나의 허무맹랑한 상상력까지 알고 그런 말을 할 만큼 진지한 관계는 많지 않았을 것 같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얼핏, 순간의 이미지로만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일텐데.

모르겠다. 지금 생각한들 그들의 생각을 물어볼수도 없는 상황이니 나만의 생각일 뿐이고.

 

여튼 이 책은 그냥 요즘의 일반적인 평범한 직장 여성이 쓴 것이다.

직장에서 치이고, 일과 상사가 때로는 불만이고, 적당한 친구 관계가 있고, 남친은 있다가 없다가 하고, 떨어져 사는 부모님이 있고. 정말 평범하다. 다만 작가의 나이는 안나와 있지만 나보다 어린 느낌이 든다. 아직은 책 곳곳에서 엄청나게 깊은 빡침?이랄까 그런 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책 자체를 가벼운 분위기로 쓰는 컨셉이라 그런가. 순간 드는 감정과 간결한 이유가 딱 순간 공감가는 정도.

 

제일 공감간 내용은

인생은, 가까이 봐야 즐겁다.

찰리채플린의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ᄁᆞ이서 보면 비극이다.’라는 말에 대해 ‘인생은 멀리서 보면 비극, 가까이서 보면 희극이다’라고 말하고 있더라. 둘다 맞는 말이다. 나의 직업 인생만 보아도 멀리서 보면 교사라니 희극,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야근에, 불합리한 상사와 구조로 비극이다. 한편으로 뉴스에서는 찜통 교실, 패악부리는 학생이 나오니 비극, 하지만 난 그런 것은 없고, 어느 순간엔 먹고 놀고 웃고 있기도 하니 희극. 이 글을 쓰면서 정리하다 보니 멀리서 보면 비극, 가까이서 보면 희극이라는 것은 나를 위로하기 위한 씁쓸한 정신 승리와 연결되는 것 같다. 가까이서 보면 희극인 저런 소소한 것들은 정말 기본적으로 존재해야 하는 행복인 것이니. 매번 사소한 일에 행복을 느끼자고 생각하고, 정말 해옵ㄱ을 느끼기도 하지만 글로 써놓고 보니 뭔가 아쉽다. 쳇.

 

그리고 장래희망.

나는 어릴 때의 장래희망인 교사를 달성했다. 물론 내가 생각했던 교사의 생활은 아니지만. 반의 성공이랄까. 앞으로 나의 장래희망을 뭘로 결정해야 좋을까? 희망을 따로 정하지 않고 그냥 이대로 계속 하루하루를 쌓아가기만 해도 될까? 어떤 것이 옳은지 모르겠다.

 

이제그만 잊어줄래? 라는 장에서 ‘코트 입고 회사 갔는데 그 안에 치마를 안 입고 갔던 일’과 ‘나를 야단치는 직장 상사 앞에서 엉엉 울었던 일’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사실 다른 구절들은 전혀 잊어야 할 만큼 그렇게 부끄러운 일은 아니지 싶다. 남의 일이라 그럴수도 있지만 빙판에서 넘어질 뻔 한일, 아줌마 소리 듣는 일, 힐 신고 넘어진 일은 너무 일상이라 이게 왜 부끄러운 일인지 반감이 들 정도. 위에 두 가지만 공감. 어느 날인데 급히 출근하는데 잠옷 바지를 안 갈아 입은 채로 집을 나섰던 적이 있었지. 야단치는 상사 앞에서 울 때 이 작가는 어떤 생각이었을까? 난 정말 억울해서 눈물이 났다. 억울함의 이유는 내가 그 자리에서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직급의 차이 때문에 그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한 채로, 상대는 자신이 직급이 위라는 이유만으로 말도 안되는 소리를 마음껏 나불거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말이 안통해서 분이 터져서 눈물이 나는 경우도 있지만, 애초에 말을 할수도 없는 그런 상황이라니 말도 안되게 억울해. 게다가 상대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계속 던지니 더 분해.

 

나에겐 이런 부끄러운 일이 또 뭐가 있을까? 명동의 빙수 가게에 돌진하다 투명 자동문에 머리를 부딪치고, 그 일 초 후에 문이 열린 일? 알 낳으려 앉아있던 닭을 호기심으로 계속 쫓아낸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