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라고 하면 고대에 있었던 일 또는 고대에 있었다고 지어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특히 문학을 ‘종교’라는 도구로 바라보는 시점이 신선하고 독특하게 느껴졌다. 저자는 종교학과 교수님이시다. 대학의 종교학과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사실 잘 아는 학과가 없다) 이런 관점으로 학생들과 연구해나가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 왠지 흥미롭게 느껴졌다.

 

대학에서 2010년 가을부터 2011년 봄까지 학생들과 함께 매주 한 작품을 읽어가며 종교학적 관점에서 읽어나간 이야기. 그것도 고전이나 시간적인 차를 둔 책들이 아니라 최근 출간된 책들이 대상이다. 1Q84도 들어 있다. 아무리 강의를 한 것을 바탕으로 한다지만 이렇게 책 한권으로 묶어내기까지는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정말 대단해보였다. 논문집 같은 느낌이었다. 그 정도로 체계적이고 논리적이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서술되어 있다.

 

무엇보다 놀랐던 것은 매주 학생들이 여기 나온 책들을 한권씩 읽고 수업에 임했다는 사실이다. 한 달에 한권이라고 해도 나는 벅찰 것 같은데 한주에 한권. 공부 잘하는 사람들은 역시 다른 가 보다. 그리고 이런 관점으로 문학작품을 보는 연구가 지금껏 얼마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을 이해해나가는 목적지를 향하는 과정 속에 중요한 사항들을 시사해준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고 있자니 나도 은연중에 종교적인 인간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의 행동에서 내 지난날 모습들이 보이는 것 같았다. 무심코 하는 행동이나 생각들이, 그것만 돋보기로 확대해서 보면 종교적인 행위일 수 있다는 것. 하나 배웠다. 그리고 이 책에 나온 소설들에 관심이 생겼다. 저자가 본 관점과 실제 내가 그 소설들을 읽으면 같은 관점으로 봐질지, 아니면 다른 생각으로 가지를 치게 될지 그것이 궁금해졌다. 한주에 한권씩은 아니더라도 천천히 소설들을 음미하면서 이 책을 다시 펼쳐 깊은 사색에 빠져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