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는 범인들과는 다른 속도로 세상을 성큼성큼 앞질러 걸었던 천재들이 등장한다. 인구 이론을 만들어낸 맬서스, 인간의 유래를 밝힌 다윈, 인간 사회의 제도와 진화를 써 내려간 베블런의 업적은 분명 문명과 과학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혁신이었지만 그들에게서 진보를 떠올릴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인구론이 하층민들의 경제적 빈곤을 방관하고 진보 사상가를 비판하기 위함이란 의견이 많을뿐더러 진보주의자들의 미움을 받은 인물이 다름 아닌 다윈이다. 

진보를 저항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듯이 보수를 고수와 불통으로 단정 지을 수 없게 되는 순간이다. 어찌 보면 이 둘의 구분보다는 편견과 아집에서 자유로워져 항상 새롭게 재정의 하려는 재정비의 필요를 절감한다. 

책장을 다시 펼치기까지의 긴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책은 빠른 시간에 완독할 수 있었다. 저자의 필력이 가장 큰 이유였고 묵은 궁금증이 해소되고 편견에서 자유로워지며 붙은 속도 때문이기도 했다. 

저자는 각 장마다 독특하면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글을 연다. 베블런을 외계인으로 설명하며 운을 떼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오늘날 sns에 자신을 전시하고 과시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고 서술한 듯한 유한계급론의 일부를 보며 어쩌면 인간과 사회 현상에 대한 모든 것이 이미 파악되고 기록된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청춘의 독서는 때론 희망과 위로를 전하고 때론 방향과 신념을 일깨우는, 세상에 첫 발을 내딛는 딸에게 전하는 아버지의 따듯한 격려와 당부인 동시에 우리에게 넌지시 내보이는 그의 발자취가 새겨진 지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