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장수상회>를 보고 나서 한참동안 어깨를 들먹이며 울어댔다. 멈출 수 없었다. 주변의 모든 사물이 보이지 않았고, 마음은 한없이 쓰라렸다. 앞에 있는 사람이 무색해질 만큼 한없이 눈물이 나왔다. 이별한, 연인인가? 싶었을 꺼다. 그 때 나는 눈물에 삼켜졌었다. 압도적인 느낌 앞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한없이 나약하지만, 잠잠해질 때까지 우는 수밖에...

 

마음이 진정된 뒤, 서점에 갔었다. 그 날... 거기서 이 책을 봤다. 국화꽃과 함께 블랙&화이트. 무슨 운명같은 거였을까. 손에 책을 쥐고 고민도 없이 1.2 권 모두 구입했다. 집에 도착해서는 1권을 보고, 바로 2권을 단숨에 읽어버렸다. 그러나 사실 그게 오산이었다. 조금 더 이 책은 서서히 읽었어야 했다. 만화의 형식을 빌리고는 있지만, 그만큼 여운이 있다. 웃으면서 깔깔 읽는 그런 부류는 아니었다.

 

좋다 라는 느낌은 있었지만, 사실 약했다. 기대가 너무 컸었고,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을 운명적으로 만난 느낌이 너무 충만했었기에.

그러나 부록으로 있었던 CD를 문득 기억해 내고는 한참 뒤에 플레이를 시켰다. 시간은 고요한 밤 12시. 창밖은 캄캄하고 베란다의 화분들도 쉬고 있는 시간이다. 잔잔한 선율... 스콰. 라고 부르던가. 인연이 닿은 어떤 뮤지션이 이들과 콜라보한 연주곡들이었다. 그리고 다시 읽어봐야겠다, 라는 생각으로 다시 첫장을 펼쳤다.

 

이런, 음악과 책, 그리고 생각들... 그 완벽한 삼각형 안에서 나는 꼼짝할 수가 없었다. 완전한 아늑함이었다. 이 완전한 아늑함에 순식간 압도당해 버렸다.

 

"죽음을 알면 순간이 더 귀중해진다. 죽음으로서 삶을 이야기 하는 책"

"삶과 죽음의 경계선, 그 곳엔 누가 있을까...."

라는 책의 앞, 뒤 문구가 마음에 각인처럼 남는다. 우리는 삶을 살면서 항상 죽음을 생각한다. 항상 힘들다. 정말이지 현대인은 힘들다. 그 안에서 우리는 내려놓아야 한다. 꽉 쥐고만 있는 손을... 한껏 치켜세워 올린 넥타이를 느슨하게 해줘야 한다. 삶의 저 너머 경계 어딘가에 존재하는 죽음, 그 죽음을 떠올리면서 이 순간 ,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죽음을 알게 됨으로써 지금 이 순간이 더없이 귀중해지는 시간.. 혹시 지금 몹시 힘든 누군가가 있다면 영화 <장수상회> 와 <죽음에 관하여>를 권하고 싶다. 물론 스콰의 음악은 필수다.

 

이 책은 그림보다 스토리와 음악에 무엇보다 힘이 있다. 책 속에 있는 것처럼 우리들 중 어딘가에, 그리고 누군가에 항상 삶과 죽음의 경계는 존재한다. 51%의 삶에 감사하려면 그 뒷편에 있는 49%에 주목해야 한다. 책과 음악을 함께 한 뒤에는 아직 우리에게 51%가 남아 있음에 흐믓해 질 것이다. 지금 여기, 나는 이 세상, 51%편에 서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