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책을 선택하는 기준이 몇가지 있습니다. 뭐.. 크게 특별한 점은 없습니다만..

첫째, 믿음직한 출판사인가..

둘째, 아이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작가인가?

셋째, 내 아이가 관심가질만한 내용인가.. 정도입니다.

모든 엄마들이 비슷하시겠지만요..

 

괴물딱지 곰팡씨는 세가지조건을 모두 만족한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책은 실패가 별로 없죠..

비룡소는 두말 필요없는 출판사이며, 작가인 레이먼드 브릭스도 너무나 유명한 그림동화

'눈사람', '곰'등을 쓴 작가로 오늘날 가장 뛰어난 그림책 작가들 중 한명입니다.

가장 중요한 내용면에서는 더욱 만족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세상의 온갖 더러운것은 모두 모인 책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아이들은 똥, 방구, 냄새나는 양말 등 더럽고 지저분한 것을 좋아라합니다.

깔끔한 여자아이들이라도 책에서 이러한 내용들을 만날때는 키득키득하면서 즐겁게

빠져들게 됩니다. 남자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죠..

얼마전 울 딸램 반 남자아이가 세상에서 가장 꼬질해지고 싶다고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이 책은 작가인 레이먼드 브릭스도 처음부터 끝까지 더러운 것으로 가득하다고 말했다는군요..

울 딸 역시 글밥이 꽤(사실은 아주 많답니다.)되는데도 한글자 한글자 빠뜨리지 않고

모두 읽어내면서 엄청 좋아라했던 책입니다. 지금도 종종 들여다보곤 합니다.

 

사실 어른인 제가 읽기에는 재미가 있기도 했지만.. 웃음보다는 얼굴이 찡그려지는 경우가

조금 더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괴물딱지들의 화장품 이름은 '명품 고름'이니까요..

정말 기발하고 또 기발합니다. 또한 상상할 수 있는 왠만한 더러움을 모조리 갖추고 있습니다.

그저 더러운 괴물딱지의 이야기가 전부는 아닙니다.

작가는 괴물딱지들이 깔끔떨이라고 부르는 인간세상 모습과 대조된 괴물딱지 나라의 모습,

혹은 더욱 인간적인 괴물딱지들의 모습을 통해 인간들의 허위와 위선을 조롱하고 있기도 합니다.

 

괴물딱지 곰팡씨는 행복한 괴물딱지입니다.

가장 못생긴 괴물딱지 중 하나인 곰팡부인과 세상에서 가장 냄새나는 자랑스러운 아들 팡이와

함께 사는 평범한 괴물딱지입니다. 깔끔떨이들이 잠드는 시간이 되면 바깥세상으로 조용히

나와서 자신이 해야할 일을 열심히 하면서 사는 평범괴물딱지 가장입니다.

하지만 늘 자신의 삶과 일에 대해 회의에 빠지기도 하고 생각과 고민에 빠지기도 합니다.

곰팡씨와 함께 캄캄하고, 침침하고, 분명하지 않고, 애매하고, 흐릿하고, 심오하고,

이해하기 힘들고, 신비하고, 음침하고, 눅눅하고, 냄새나는 괴물딱지 나라를 이곳저곳 구경하다보면

왠지 괴물딱지 곰팡씨의 인간미(?)에 흠뻑 빠져들게 되기도 하죠..

 

괴물딱지 나라에서도 반항아들은 있습니다.

밝은 색이나 시끄러운 소리를 좋아한다고 떳떳하게 말하기도 하는 젊은 괴물딱지 반항아들..

극단적인 몇몇 젊은 괴물딱지들의 경우 몸을 보호하는 때나 점액을 벗겨 내고, 뜨겁고 깨끗한

물로 씻으면서 자기 몸을 깨끗히 관리하기도 한다는군요..

괴물딱지 나라나 우리의 세상에서나 젊은 시절의 반항은 비슷한가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라도 우리의 아이들이 이 책 '괴물딱지 곰팡씨'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겠죠^^

아이들에게 꼭 권해주고 싶은 유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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