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공부, 그림공부           <naver 독서클럽 4 >           0819당첨확인

그림공부 사람공부라는 제목을 쓴 이 책은, 시말이 여일하게 수려한 문장으로 가득
해서 굳이 연필로 줄을 쳐댈 필요가 없다.  어디서든 잰 척하기 좋으며 고급한 문장
을 밝혀싸는 독자들에게 특히 일독을 권한다. 저자 조정육은 고졸한 그림을 취급해
선지 누구누구 한다하는 글쟁이 못잖은 어휘력이 뛰어났다.  그녀의 문장력은 이미
"그림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에서 흠뻑 취했었기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읽어 내
린다.  요즘같은 천고마비지절에, 일교차가 극심한 때에 읽기가 안성맞춤인 책이다.

불문학 전공에다 동양미술사학박사까지 동서양의 문화를 두루 섭렵한 감성이 풍만
한 저자는 은근히 성찰과 사색을 강조한다. 저자의 첫 얘기는 대뜸 여백이고 여백미
의 서술이다. 우리네 문인화는 墨의 농담으로 여백을 콘트라스트contrast 함으로,
비우고 덜어내는 현대적 토털 디자인의 Less is More 와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그렇게 보면 서양 회화의 구도와 원근법은 결국 동양화 여백의 농담에 다름 아니다.
여백이란 그야말로 문자 그대로 이제염오離諸染汚- 모든 더러움에서 멀리 떨어진
다 -와 복잡다단에서 벗어낢이며 인문을 넘어서 가을하늘의 천문까지 느끼게 한다

"그림에,마음을 놓는다" 이주은과 "그림공부 사람공부"의 저자 조정육은 현대인의
소외와 일상의 혼란을 치유하는 그림에 관한 에세이를 집필 해대는 여성들로 쌍벽
을 이루며 듀엣으로 읽을 거리를 그려준다. 그네들의 다음 책을 기다리는 게 즐겁다.  

우리 선현들 초상화에는 숨결도 철학도 근엄도 가득하지만 신경안정제 기능도 있다.
물론 향정신성은 아니지만 편안함을 주는 멀티기능이 함유돼 있으니 가히 테라피다.
그림을 보고 옛 선인들의 메세지를 알아채려면 상당한 그림의 내공이 쌓여야하지만
우린 그저 탁월한 저자의 안내에 따르다 보면 자연히 고개를 끄덕일 수 있으니 왜 안
좋으랴

책을 읽다보면 더러 테라피가 되는 책이 있다. 뭔가 질박하니 읽는이로 하여금 편케
해 주는 책이 있게 마련이다.  그림을 다루는 주제에 걸맞게 담백하면서도 델리키트
한 메세지가 주는 편안함은 이미 경험했었지만 한편으론 좀 따분하기도 했었더랬다.
조종육의 그림책 일련은 특별하게 찔러대는 구석이 있어 좋았다 마치 주사바늘같은.

Lessismore, 테라피, 이제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