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에서 영성으로                  

이어령 지음│열림원 刊

 

다시금 우리시대의 최고 지성이라해도 지나침이 없는 이어령님의 영성으로의 귀의 과
정을 강론체로 듣는다. 독서에도 기회손실을 따져보고 비용편익적인 분석을 하게된다.
왜냐면, 괜히 시간 버리는 책이 하 많으니까.  이어령 님의 글이사 '축소지향의 일본인'
이래로 꾸준히 구독해왔고 워낙 브랜드화 됐으니 그런 소심한 걱정은 안해도 될 터.

 

'박수받을 때 떠나라'는 말도 있지만 박수받을 때만 관객석을 힐끗 쳐다 보는 지도자는
안되신단다. 박수치던 손으로 돌을 던질 수 있다는 개연성 말고라도,  컨덕터는 관객을
뒷태로 깔아뭉개고 지들끼리만 지휘하고 북치고 나팔분다는 비유는 참 절절하다. 소통
부재로 점차 붙박이가 되가는 박근혜 대통령을 지적해서 하는 게 아니겠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늘날의 CEO는 지휘봉만 휘두르지 말고, 북채를 든 고수의 추임새로 화음
을 이뤄 신명나게 나가야 한다는 뜻일 게다.

 

일제강점기에 우리말을 제대로 쓸 수 없었던 저자는 교토에서 내리는 하얀 눈발에서도
학문적 영감을 추출해낸다. 토포필리아topophilia는, 장소와 사람에 따라 각각 다른 감
정의 사랑이라며,  교토의 눈은 일본말로 한국의 눈은 한국말로 내린다며, 새책도 탈고
한 김에 서둘러 짐을 싸서 귀국하는 낭만적인 동기를 만든다. 그 새책을 한 텀term 더
기다린다. 이 책이 준 여운이 꽤 길잖을까.

 

엷은 碧색 바탕에 일본인 기타미 다카시가 일러스트한 곳에 뿌려진 저자의 시들은 자
극 없이 아주 편히 읽힌다. 말농간과 장식성 어휘남발로 매너리즘에 빠진 시인들에게
서 볼 수 없는 말간 싯귀다. 니체는 없다했지만, 이어령은 찾아낸 지성 끝에, 무신론자
에서 영성회복 후에 배여 나온 시라서 그럴까,  의문은 지성을 낳고 믿음은 영성을 낳
는다는 승화일까.

 

하여간 빼어난 조어 능력으로 읽는 이가 무릎을 치며 아~ 그렇네 연신 감탄할 수밖에.
저자의 경력은 무척 화려찬란하다,  굳이 손을 꼽는다면 초대 문화부장관, 대한민국예
술원 회원,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를 지낸 것이다, 본인도 좋아할 큼직한 스펙(?)을 세
개만 추려도 이정도니 그밖에 더 거론할 경력이 많지만 현기증이 난다. 현대를 풍미한
현학顯學의 글을 보고 덩달아 현학衒學이나 부리지나 않았는지 모르겠다.

이어령, 지성에서영성으로, 토포필리아